[더팩트 | 김해인 기자] "제가 평가한 현수막이 실제로 철거되니 보람있어요."
주민들의 투표가 실제 현수막 철거까지 이어진 서울 송파구 '정당현수막 주민평가단'의 후기다.
서울 송파구는 주민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비방, 혐오, 모욕 등 문구가 담긴 가락1동 아파트 상가 인근 정당 현수막을 지난 1일 철거했다.
행정 관청의 판단이 아닌 주민들의 평가에 따른 정당 현수막 철거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구는 지난달 19일 '혐오·비방·모욕 문구의 정당현수막 근절' 조례를 신설해 정당 현수막 문제 해결에 구민을 참여시켰다.
주민평가단은 총 49명으로 정당현수막에 대한 이해도, 참여 의지, 공정성 및 책임감 등을 심사해 선발했다. 이달 중 추가 모집해 동별 3명씩 총 81명이 활동할 예정이다.
평가는 온라인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하며 결과만 공개한다. 참여자 3분의 2 이상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하면 철거 대상이 되고, 결과는 그 정당에 통지한다.
이번 활동에서 단원들은 평가 사유로 '확정되지 않은 사실 언급', '표현 자체가 비속어 사용', '인격모독적 발언', '개인을 지목한 표현으로 공익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근거 없는 일방적 폄하의 목적이 담겨 시민들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함' 등을 들었다.
투표에 참여한 원모(34) 씨는 "온라인 방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직장인이어도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며 "더 평가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모(30) 씨는 "내가 평가한 현수막이 실제로 철거가 된다니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 A씨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정당현수막을 직접 평가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구는 정당현수막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8월 블로그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총 9700명이 참여했고, 댓글도 100개 넘게 달렸다.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민심을 파악하고, 주민들이 직접 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서강석 구청장이 여론을 확인한 뒤 주민 뜻대로 진행하는 체계를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댓글 내용은 '서로 비난하고 자기 자랑하는 걸 현수막으로까지 봐야하는 건 공해다. 눈을 감고 다닐 수도 없고', '현수막 공해다', '비방이나 범죄에 관련된 현수막은 반드시 철수할 필요가 있다' 등이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내용이 좋든 안 좋든 정당현수막 자체에 부정적인 여론이 기본적"이라며 "특히 부정적인 내용은 극도로 싫어하시는 경향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내용이나 표현에 불만을 가진 민원이 다수 쌓이면 이를 근거로 대상을 선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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