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심 무죄 265일 만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검찰의 '반전 카드'는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 씨의 휴대전화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진술로 풀이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대대적인 보강수사를 거쳐 곽 전 의원 부자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구성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하나은행의 이탈 움직임으로 와해 위기에 몰리자 곽 전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 대가로 아들 곽 씨를 통해 뇌물을 챙겨줬다고 보고 지난해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 위기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및 뇌물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했다.
보강 수사에 명운을 건 검찰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이탈 위기를 사실로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내용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증거는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 씨가 2015년 사용하던 휴대전화다. 이 휴대전화에는 2015년 3월 조 씨가 포털사이트에 '김상열', '김정태'(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곽상도' 등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한 기록이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나은행 측을 회유·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해당 검색 기록에 대해 "김만배 씨가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나가려고 해서 미쳐버리겠다. 곽상도한테 이야기해서 잘 물어봐야겠다'라고 말해 당시 언급된 인물들을 찾아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2015년 3월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호반건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끌어오려 했다"며 검찰 시각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컨소시엄 자체가 없다'라고 부인했던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이밖에 수사팀은 '하나은행을 데려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산업은행의 컨소시엄 쟁점 분석 자료도 확보했다.
다만 1심은 컨소시엄 와해 위기 실재 여부 외에도 곽 전 의원의 하나은행에 대한 영향력 행사 여부와 김 씨의 진술 신빙성 등도 의심했다. 이에 따라 새 증거들이 유죄 입증에 얼마나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조 씨의 진술 역시 김 씨에게 들은 말을 전하는 전문진술이라 법원에서 신빙성을 엄격하게 배척하는 형태의 증거다.
곽 전 의원 부자의 경제공동체 입증도 검찰 수사의 숙제였다. 검찰은 애초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아들 곽 씨를 통해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곽 전 의원에게 뇌물로 건넸다고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아들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봤다.
검찰은 1심 무죄 이후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적 지원을 주고받았던 정황을 확보했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의 학비 3000여만 원을 내줬고 반대로 아들은 곽 전 의원 보석금 5000만 원을 내준 사실, 손녀 백일 날 준 2000만 원을 아들이 집 보증금으로 쓴 점 등이다. 특히 보석금 5000만 원의 출처는 김 씨가 준 50억 원의 성과급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한두 차례 지원해 준 게 경제공동체는 아니지 않으냐"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제공동체 입증을 위해)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1심 판단 과정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된 부분까지 꼼꼼하게 증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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