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원인조사 86건 중 23건 실시…이태원·오송 참사 미실시


행안부 장관 재량…"정치적 과정 개입돼 우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집중 추모 주간 선포 및 시민추모대회 시민 참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분향소에 걸린 영정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실시해야 할 재난원인조사가 86건 중 23건만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성이 없어 참사 발생 시 정치적 과정이 개입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난원인조사 실시 현황과 사상자가 5명 이상인 단일 재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수사상자 재난 86건 중 재난원인조사는 23건만 실시됐다.

재난원인조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이어지자 재난안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행정안전부 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이 재난·사고의 발생 원인 규명과 대응 과정 평가를 목적으로 실시하며,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벌여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재난원인조사 대상은 △인명 또는 재산 피해 정도가 매우 큰 경우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게 한 재난 △중앙재안안전대책본부 등을 꾸려 운영하게 한 재난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난의 경우이며, 정부 부처 합동으로 재난원인조사단을 편성해 운영하도록 한다.

특히 법 개정 이후 23건 재난원인조사가 있었지만, 정부합동 재난원인조사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2022년 물류창고 화재 전반 2건만 이뤄졌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등은 정부합동 재난원인조사 요건에 해당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재난안전조사가 행안부 장관 재량적 판단으로 진행되는 등 강제성이 없어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차원 의지가 없으면 재난 원인을 규명할 방안이 행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재난 원인 규명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 수사 결과에 의존하거나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법상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통해서만 이뤄지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재난 원인 규명부터 정치적 과정이 개입돼야 한다는 우려다.

용혜인 의원은 "사회적 관심이 높고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은 재난원인조사를 의무화하거나 국회에서 재난원인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자체적인 재난 평가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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