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의심하는 비상장회사 대표가 일체의 자금 흐름 내용을 모른다고 증언했다. '김성태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쌍방울 임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19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비상장회사인 '오목대홀딩스' 대표이사 A씨와 그룹 직원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쌍방울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의 부탁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뒤 김씨의 지시로 자금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비상장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는 검찰은 2019년 10월 오목대홀딩스가 한 저축은행에서 40억원을 대출받은 후 A씨가 이를 지급받아 김씨에게 전달‧이체한 경위를 물으며 "이후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아느냐"고 물었으나 A씨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대표이사였는데 자금 거래 내용을 잘 모른다는 건가"라고 추궁했고, A씨는 "김씨가 금전거래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라'고 했다"고 답했다.
또다른 자금 흐름도 의심했다. 검찰은 "오목대홀딩스가 2020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 주식 300만주를 매수한 직후 바로 매도해 약 9억4000만원의 차익이 발생했는데 이를 김씨에게 다시 전달했다"며 사용처를 추궁했으나 A씨는 "김씨가 송금하라는 곳으로 보냈으나 어디로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같은해 3월 오목대홀딩스의 차입금 흐름도 제시하며 "모 물산에서 차입한 20억원이 수표로 인출돼 김씨에게 전달됐다"며 "이 역시 사업 목적과는 상관 없는 사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상장회사들 간 이자 비용 대납 경위도 추궁했다. 검찰은 "2020년 7월 국세환급금 2억여원을 입금받은 후 A씨 명의 계좌로 1억1000만원이 이체됐는데, 그 후 양선길 회장의 계좌로 이체됐다가 칼라스홀딩스가 부담하는 이자비용으로 지출돼 사용됐다"며 대납 경위를 물었지만 A씨는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또다른 비자금 창구로 의심되는 '프라이빗1호조합'의 자금 흐름을 추궁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B씨의 부친을 비롯한 지인 5명의 이름으로 이른바 '페이퍼 조합'을 만들어 자신의 비자금 창구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이 프라이빗1호조합을 만들어 쌍방울에서 30억원을 불법 대여한 후 빼돌려 20억원은 계열사 나노스의 전환사채를 매수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0억원은 조합원들에게 수표로 출금받은 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1월 쌍방울 계좌에서 대표 조합원인 B씨 부친의 계좌로 6억원이 이체됐고, 그 중 1억7200만원이 B씨의 계좌로 이체된 후 수표로 출금됐다.
수표로 출금된 금액 중 1억5000여만원은 또다른 직원 C,D씨의 계좌로 입금됐다가 양선길 회장의 개인 계좌를 거쳐 또다른 비상장회사인 칼라스홀딩스 증권계좌로 들어갔고, 나머지 2200만원은 또다른 직원들이 현금으로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렇게 복잡하게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서 송금된 이유가 뭔가"라고 추궁했지만 B씨는 "모른다"고 답했다. 수표 출금과 현금 교환 경위도 "김씨 지시에 따른 것 뿐 이후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페이퍼컴퍼니) 5곳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하고,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0억 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누락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2020년 3월 쌍방울 계열사가 아닌 다른 상장사와 허위 계약해 쌍방울 자금 20억 원을 지급한 뒤 이를 다시 돌려받는 방법으로 자신이 소유한 주식담보대출 상환금 등에 임의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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