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가 결혼 상대로 밝힌 전청조의 진실은 무엇일까. 전청조는 남자일까, 아니면 여자일까.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26일 주민등록상 여성으로 드러났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 남 씨는 여성조선과 인터뷰에서 "전청조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교제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 씨를 둘러싼 성별 의혹은 남 씨가 밝히면서 해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혹이 많다. 고등학교 시절 모 방송에 나온 여학생 '전청조'가 남 씨의 연인 '전청조'가 맞는지다. 전 씨의 성전환 수술이 확인되면서 2012년 모 방송에 나온 '전청조'는 논란의 당사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이 아니라면 방송에 나온 '전청조'가 남 씨의 연인과 다른 사람이라고 밝히고도 남을 사태이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전 씨가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재학 당시 방송 모습을 확인한 후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며 약 1년간 교제했던 A 씨와 25일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갖고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 질의 응답을 가졌다. 먼저 전 씨가 남 씨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알린 여성조선과 인터뷰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물었다.
"다 거짓말일 겁니다." A 씨의 답변이었다. 전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학교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나름대로 선후배 규율이 있었다. 그런데 애가 1년 선배 언니들과 문제가 있었다. 1학년 여름방학 정도로 기억하는데, 학교에서 학폭위가 열렸고, 이후 전청조는 1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자퇴했다"고 말했다. A 씨는 2012년 전 씨가 자퇴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끝냈다.
전 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 출생이고 승마를 하다 다쳐 그만뒀다고 했다. 재벌 3세라고도 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전 씨가 강화도 출신이라고 특정됐다. A 씨도 "강화도 출신이 맞다"고 확인했다. A 씨는 전 씨를 만나는 동안 강화도 자택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또, 전 씨의 모친이 강화도에서 노래방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사실이다. A 씨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 씨의 모친은 강화도를 떠났다. 2012년이다. 전 씨가 고등학교를 자퇴했을 당시다.
A 씨는 "청조 어머니가 강화도에서 충남 당진으로 이사했다. 기억하기로는 어머니가 재혼해서 당진으로 온 것으로 안다"며 "당시 청조의 어머니는 당진에 있는 시장에서 옷 장사를 했다. 당진 집에 여러 차례 가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전 씨의 모친이 현재도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씨가 화제로 떠오른 건 성별과 함께 수많은 사기 전력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전 씨의 사기는 성별을 넘나든다. 취재진은 A 씨로부터 전 씨의 허언과 관련한 내용을 듣던 중 '임신'과 관련한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 씨도 임신테스트기를 10여 차례를 했을 정도라고 밝혀졌다.
남 씨의 임신테스트, 또 모 남성들을 상대로 한 임신 사기 등을 볼 때 전 씨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가 밝힌 사실에 따르면 전 씨의 '임신' 빌미 사기는 고등학교 자퇴 후 제주도의 한 목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전 씨는 고등학교 자퇴 후 제주도로 향했다. 말과 관련한 직업을 구하기 위한 것도 있었고, 기수를 준비하기 위했던 것이라는 게 A 씨의 기억이다. 2013년의 일이다.
A 씨는 "제주도 목장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2년 선배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선배는 '야, (전청조)가 임신했다고 하는데, 너랑 만날 때도 이런 일 있었냐'라고 물었다"며 "그래서 걔가 원래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아닐 거니까, 속지 말라'고 말했다. 아마 돈을 주거나 그러진 않은 것 같다"고 기억했다. 어쩌면 전 씨의 '임신' 사기의 시작일 수 있다.
25일 JTBC가 입수한 2020년 녹취 파일에선 전 씨가 "남자친구와의 혼전 임신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끌어 모았다. 결국 전 씨는 2억2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인천지법에서 징역 2년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 씨의 행태는 '대담하다'는 말로도 부족해 보인다. 전 국민을 속이려 들었다는 점, 그리고 불과 20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성별을 넘나든다는 점은 물론, 들통날 각오를 했다는점 등이 그렇다.
전 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거짓말'을 잘한다. A 씨도 전 씨가 믿지 못할 허언을 자주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청조가 자기 할머니가 마주(馬主)라고도 했고, 집에 돈이 많다고 했는데, 당연히 거짓말로 알았다. 학교 다닐 때도 노는 걸 좋아해서 거짓말하고 수업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언론에 보니까 미국에서 태어났다는데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했다.
취재진은 전 씨 기사에 대해 동문들의 반응이 궁금해 물었다. A 씨는 "처음에 뉴스를 봤을 때는 '우리가 아는 애가 맞냐'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며 "얼마 후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걔가 원래 그런 애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전 씨의 승마 경력과 부상 등에 대해서 밝혔다. 그는 "승마를 한 건 맞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선수를 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리고 보도에서 보니 부상을 당해서 그만뒀다고 하던데, 아마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전 씨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적어도 전 씨가 주민등록상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해졌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남 씨가 밝힌 것처럼 성전환 수술로 확인됐다. 이 역시 전 씨가 직접 밝혀야할 부분이다. 전 씨는 한국 펜싱을 대표하는 남 씨와의 결혼을 빌미로 무엇인가를 계획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든 또는 거액의 사기든. 그러나 전 씨의 원대한 꿈(?)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 씨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가 어떤 진실을 밝힐지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전 씨는 26일 새벽 남 씨 스토킹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원 조회 결과 전 씨의 성별은 주민등록상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