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는 무죄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교수는 2013년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가 일본에 애국심을 가졌고 일본군과 기본적으로 동지적 관계였다거나 사실상 자발적 매춘이었다는 취지로 기술해 고소인 위안부 피해자 9명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교수의 주장이 논란과 악용의 여지는 있지만 법원의 권한 밖이며 학문적 공론장에서 검증돼야 할 문제라고 결론냈다.
2심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교수의 저서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기 충분한 내용이라고 봤다. 다만 학문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택했다.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한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제국의 위안부' 내용은 학문적 주장이거나 의견 표명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교수가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책임은 있지만 제국주의나 가부장제 질서 등 사회구조적 측면도 작용했다는 주제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동지', '매춘'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일본군의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위안부가 일본군에 협조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책의 문제 내용이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성립하는 구체적 사실 적시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위안부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문적 표현은 연구윤리를 위반하거나 맥락과 무관하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물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성립을 판단할 때 '사실의 적시'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밝힌 판결"이라며 "학문적 표현물 평가는 형사처벌보다 원칙적으로 공개적 토론과 비판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는 패소하고 2심에 임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당시 박창렬 부장판사)는 2016년 1월13일 박 교수 피해자 9명에게 각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교수의 의견대로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에 협력했다고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인격권을 침해받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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