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일성, 이승만 70만軍 지원했다"...뉴라이트 안병직 발언 '파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18일 '이승만 동상 광화문광장 건립추진위'에서 주장
"70만軍, 김일성이 도와주고 미국이 원조해 가능"

안병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이승만 동상 광화문광장 건립추진위원회(변정일 준비위원장) 출범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김일성이 도와줘서 70만 군대를 형성했다고 말해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1945년 10월 20일 서울 중앙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민 주최 연합국환영대회에서 연설하는 이승만(왼쪽)과 1945년 10월 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환영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일성. /미디어한국학

안 교수는 출범식 축사에서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근대국가로 성립하는 역사적 조건이 성립했는데, 이승만 대통령 혼자의 힘이 아니라 김일성의 도움이 많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서울 인창고등학교에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현대정치경제사를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의 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김일성이 도와줘서 70만 군대를 형성했다. 이 가난한 국가에서 70만 군대가 말이 되는가. 세계 강대국이어야지 가능한 숫자다. 미국이 원조하고 김일성이 도와줘서 가능한 것이었다."

뉴라이트 이사장 출신의 안병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국대통령 이승만 동상 광화문광장 건립추진위원회(변정일 준비위원장) 출범식'에서 말한 이 한마디가 보수 세력 내에서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출범식을 찾은 안 교수는 격려사에서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근대국가로 성립하는 역사적 조건이 성립했는데, 이승만 대통령 혼자의 힘이 아니라 김일성의 도움이 많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김일성이 도와줘서 70만 군대를 형성했다"며 이른바 '70만 군대 지원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안 교수는 근대 국가로 성립하려면 2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첫째 근대적 국민군이 있어야 하고, 둘째 재정 자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7월 24일 오전 중앙청 앞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청

그는 "70만 군대 세력을 가지고 근대 산업화를 해서 재정 자립을 만든 게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70만 군대가 없었으면 (재정 자립이)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그 70만 군대로 중앙정보부 등을 만들어 사람들 입도 틀어 막고, 강력한 정책을 펼쳐서 권위주의로 비난을 받는 것이다"라며 다소 역설적인 말도 했다.

하지만 이어 그는 "지도자가 앞에서 끌고 나가야 하는게 맞다. 그게 권위주의다. 권위주의가 없으면 저개발국은 근대화가 안된다. 저개발국은 선진국의 제도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친일'도 하고 '친미'도 해야한다. 친일·친미 안하면 어떻게 이런 국가가 되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70만 군대 세력을 가지고 근대 산업화를 해서 재정 자립을 만든게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70만 군대가 없었으면 (재정 자립이)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1975.05.23 최전선에 배치된 한국군 부대를 시찰하고 근무태세를 점검하는 모습. /박정희대통령기념관

또 안 교수는 "세계사에서 근대화 하는 방식에는 자율적으로 자기 역사를 발전을 하기 위해 근대화 하는 국가(영국,독일 등 유럽국가)와 아무런 근대화의 요인이 없는데 선진국의 제도를 쌓아 조건을 만드는 나라가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원로 인사는 "보수 우파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를 미화하는 것 같다. 그럼 김일성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원로 인사는 "인쇄물 환영사에는 이승만 박사는 건국대통령으로서 공산주의와 맞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북한 공산군의 무력남침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냈다고 나와 있는데, 본 행사의 취지와 맞지 않은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승만 학당의 한 관계자는 안병직 교수의 발언에 대해 김일성이 내려올때 우리나라가 군대가 약했다. (6.25전쟁) 이후에 군대도 70만이 되고 이런 식으로 국방 체제가 강해진 거 아닌가. 그것을 김일성한테 고맙다 이런 뜻으로 말씀한 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승만학당

이와 관련해 이승만학당(교장 이영훈)의 한 관계자는 "김일성이 남침을 할때 우리나라가 군대가 약했다. 6.25전쟁 이후에 군대가 70만이 되고, 이런 경험을 하면서 국방 체제가 강해진 거 아닌가. 그것을 김일성한테 고맙다 이런 뜻으로 말씀한 건 아닐까 싶다"라고 해명했다.

이승만학당의 교장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더불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안 교수의 '애제자'이다.

한편 대표적인 식민지근대화론자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뉴라이트 학자들과 궤를 함께하고 있으며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때 불거진 '국정교과서 문제'에서도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려 노력했다. 이승만을 국부로 신격화시켜 4.19 기념사업회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식민지근대화론자인 안병직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뉴라이트 학자들과 궤를 함께하고 있으며 뉴라이트 이사장을 역임했다. 사진은 2020년 5월 1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반일종족주의와 투쟁 발간 기자회견에서 대표 저자인 이영훈(오른쪽 세번째) 이승만학당 교장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또 뉴라이트 학자들은 조선여성 위안부는 일본군 성노예가 아니고 거래관계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매춘'이라는 것으로 조선 여성들이 시장경제 하에서 자발적으로 육체를 시장에 내다 판 것이고, 이를 전시 하에 제도화 된 것이 '공창'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nypic@tf.co.kr
기획취재팀 jeb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