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단이 재판부가 선입견과 예단을 갖고 있다며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김현철 변호사는 23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기피신청서를 수원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도 같은날 반박 의견서를 냈다.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유도신문 및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증인신문을 허용하는 등 예단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피고인 이화영과 상의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기피 사유를 밝혔다.
검찰 유도신문 사례로 "검사가 '쌍방울과 북한 조선아태위 간 계약금 500만 달러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실제 계약금 성격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물으니 김성태 전 회장이 '계약할 게 없다'고 답한다"며 "검찰과 김 전 회장이 미리 말을 맞춰 놓고 검찰이 '이렇게 답하라'며 질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때문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 전 변론권 행사도 이뤄지지 못했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추가구속 심사 PT와 동등한 소송행위를 위해 지난 6일 공판에서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PT를 하겠다고 했으나 재판장이 다음 기일로 미루는 사이에 추가 영장이 발부돼 변론권 행사 시기를 놓쳤다"며 "의견서에서 '쌍방울이 왜 북한에 자기 사업에 관한 돈을 주지 않고 경기도에 대한 돈을 줬느냐'며 의문을 제기했으나 재판장이 '숙성되지 않은 의견으로 보이며 공판기록을 더 읽어보라'고 했는데 예단을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이 기재된 자료 삭제를 요청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기한이 6개월 연장된 바 있다.
변호인단은 미리 준비한 PPT를 통해 증거 자료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2019년 1월 쌍방울과 북한 간 협약식과 만찬장 사진에 대해 "저녁만 함께 했는데 재판관에게 왜곡된 시각적 선입견을 유도한 것"이라며 "만찬이 중요한게 아니라 경기도와 쌍방울 간 대북사업에 어떤 공동부분이 있었는지가 중요 쟁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전혀 별개라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쌍방울과 조선아태위 합의서에 있는 '협동농장 지원사업'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르고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어떤 자료도 없다"며 "경기도의 대북사업은 인도적 지원사업인데 반해 쌍방울의 사업은 쌍방울이 투자하고 이익을 취하는 이권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로 의심하는 300만 달러에 대해서도 "김성태 전 회장의 방북비"라며 "2019년 7월 쌍방울의 자료에 '최우선적으로 회장님의 방북 추진'이라고 돼 있는데 검찰이 이를 알면서도 다른 의도로 '이재명 방북비'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에 따른 재판 지연 우려에 대해서는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면 구속 기간이 정지돼 피고인에게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라며 "재판을 고의적으로 지연한다는 논리는 검찰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같은 소속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24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의 50차 공판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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