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노동·시민단체들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90여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명안전 후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연기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에 나섰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10년간 사망한 노동자는 1만2045명에 달한다"며 "국내 안전사고 처벌 법령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적용 시기에 차등을 둔 법이 없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2년도 모자라 또다시 적용 연기를 추진하는 것은 죽고 또 죽는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단순한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 적용이 연기되면 준비했던 기업에게는 신뢰를 잃고, 인명을 경시하고 법 적용을 회피했던 기업에게는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다음 달 16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법안 폐기를 위한 노동자·시민 10만 서명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으나 50인 미만 사업장은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해 내년 1월27일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다. 고용노동부도 추가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예정대로 시행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