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북한산국립공원=이덕인 기자] '천년이 가도 난 너를 잊을 수 없어~♬'
산책 중 저 멀리서 휴대 전화의 음악 소리가 귀에 꽂힙니다. 뒤돌아보니 한 등산객이 개인 취향의 노래를 들으며 다가옵니다. 근처에 있던 등산객은 표정이 굳어집니다.
일명 '스피커족'들이 이어폰을 안 쓰는 이유가 궁금해 휴일인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북한산국립공원을 찾았습니다. 산을 탄 지 10분도 안 돼 스피커가 크게 울리는 등산객이 보입니다.
약 2시간 반 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만난 스피커족은 모두 21명입니다. 어림잡아 나이는 30대 이상입니다. 트로트와 댄스, 발라드 등 흘러나오는 음악 장르도 다양합니다.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산객도 눈에 띕니다.
그들은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고, 불쾌감에 화를 내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이어폰 없이 음악을 듣던 한 등산객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기자: 이어폰 안 쓰는 이유가 있나요?]
[등산객 A씨/50대: (귀에) 꽂고 있으면 답답해요. 자연소리 들으면서 산에 가는 게 목적이잖아요. 사람 지나가면 볼륨을 내려요. 지나가면 조금 올리고요. 나름 에티켓을 지키려고 노력하거든요.]
휴대 전화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그들에겐 달콤한 음악이 될 순 있지만, 조용히 산소리를 듣고 싶은 등산객들에게는 소음공해일 뿐입니다. 인터뷰한 5명의 일반 등산객 중 4명은 스피커족 소음 유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등산객 B씨/30대: 저는 산책할 때 생각 정리하러 오는데 신경 안 쓰려고 해도 거슬릴 때가 있는 거 같아요.]
[등산객 C씨/60대: (스피커족) 본인 스스로는 즐겁고 행복할지 몰라도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는 불쾌함을 주죠.]
산행 중 곳곳에 설치된 '국립공원 내 금지행위' 안내판을 보면 취사와 흡연, 음주, 자전거 금지 등과 함께 '소음 유발 금지' 항목이 보입니다. 위반 시 과태료 200만원 이하 부과하며 '소음 유발' 경우 1회 적발에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다만 '소음 유발'에 대한 정확한 단속 기준과 안내가 없어 과태료를 적용하기엔 애매한 현실입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핸드폰 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저희가 현장에서 제3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는 계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더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단 국립공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동네 공원이나 지하철,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원치 않은 소음은 누군가에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