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찰 경쟁 없어도 '담합' 인정될 수 있어"


조달청 3개월 입찰 참가 제한 처분 불복 소송
사전에 낙찰예정자 합의한 것만으로도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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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A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더팩트 DB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입찰 과정에서 경쟁이 없었더라도 입찰 담합이 인정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A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의료기기 회사 A사는 B사와 함께 지난 2019년 조달청의 국방부 엑스레이 장비 구매 입찰에 참가했다. 국방부는 A사와 B사가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조달청에 부적격 통보했고, 입찰은 유찰됐다.

조달청은 같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A사와 B사 간 입찰담합 혐의 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A가 B와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해 결정했다"며 지난해 A사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후 조달청은 "A사가 입찰자 간 서로 상의해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했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했다"며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A사의 입찰 참가를 제한했다. A사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옛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경쟁제한성' 요건이 전제된다며 해당 입찰은 의료기기 특성상 A사와 B사 외 다른 업체는 현실적으로 낙찰받기 어려웠고,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경쟁도 없었기에 조달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A사에 경고 조치만 내린 것도 A사와 B사 간 공동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즉 이 사건 입찰은 경쟁제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상 조달청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달청의 입찰 제한은 정당하다고 봤다.

옛 공정거래법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특정 유형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달리, 국가계약법은 '경쟁입찰에서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해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한 자' 등을 부정당 업자로 보고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요건으로 경쟁제한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고, 이에 A사는 이 입찰에서 국가계약법에 따른 '담합자'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사의 입찰담합 행위는 입찰참가자들 간 경쟁을 통해 거래 상대방, 거래조건 등을 결정하고자 하는 경쟁 입찰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해 국가재정의 손실을 유발하고 조달물품의 품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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