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은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캐리어 가방을 끌거나 큰 배낭을 메고 분주히 승강장으로 향했다. 양손 가득 선물 박스를 들고 있는 시민도 여럿이었다.
대합실에 마련된 의자도 귀성객들로 꽉 찼다. 이들은 누워서 쪽잠을 청하거나 앉아서 휴대폰을 보며 열차 시간을 기다렸다.
귀성객들은 대합실에서 샌드위치와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역 내 카페와 식당 등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합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열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강모(20) 씨는 "군대 가기 전 가족과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될 것 같다"며 "부모님을 뵙고 함께 할머니 댁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귀성객 대부분은 연휴에 '여행'보다는 '휴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서울역 승강장에서 만난 정모(53) 씨는 "긴 연휴 덕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하루 일찍 올라와 혼자만의 시간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교 3학년생 유모(23) 씨도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쉴 것 같다"고 했다.
추석을 맞아 해외에서 귀국한 시민도 있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30대 A씨는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대구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부모님을 뵈려고 왔다"며 "명절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선물로는 현금이 최고"라고 웃었다.
귀성 행렬이 본격 시작되는 28일부터는 기차표 예매가 어렵다 보니 남들보다 빨리 고향으로 출발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서울역 KTX 열차는 대부분 매진 상태였다.
여수로 향하는 대학생 이모(20) 씨는 "내일은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할 것 같아서 빨리 출발한다"며 "대학교 수강신청처럼 1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면서 KTX 표를 구했다. 버스는 도로가 막힐 경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KTX를) 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 어르신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용산역에도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티켓이 대부분 매진된 탓에 승차권 발급 부스 앞에 줄을 서는 사람은 적었다.
전주로 향하는 30대 초반 B씨는 "조금 더 길게 쉬고 싶어서 연차를 냈다"며 "2일에 올라올 것 같은데 (긴 연휴가) 너무 좋고 재밌을 것 같다"고 웃었다.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황금연휴'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명절 잔소리'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주로 향하는 김윤희(21) 씨는 "서울에서 자취하다 보니 집밥이 그립다"면서도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누구는 해외도 간다', '너는 뭐하냐', '토익은 하냐'고 묻는다. 이번에는 무슨 잔소리 들을까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일부 어르신들은 추석을 맞아 직접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전남 광주에서 왔다는 C(74) 씨는 "친척 집에 가려고 서울에 올라왔다"며 "연휴가 길어서 좋다. 올라오는 길이 힘들긴 했지만 한번 오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