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6일 '황금연휴'.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9월 28~30일 추석연휴에 10월 1일 일요일, 3일 개천절 연휴까지 6일을 쉬게 된다. 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정 유급휴일인 임시공휴일에 일하면 통상임금의 150~20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인 미만 회사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근로시간, 수당, 유급 휴가 등이 없거나 법적 적용받지 못한다.
◆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수당도 없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A 씨는 "임시공휴일에 출근한다"며 "추가 수당도 없이 일하게 생겨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30일 국가통계포털 종사자규모별 종사자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570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임시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은 평일과 다르지 않다. 올해부터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가 대체공휴일로 추가 지정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역시 제외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임시공휴일에 일해도 휴일근로 수당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 21∼22일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이번 10월 2일 임시공휴일 휴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4.7%가 '출근한다'고 답했다.
출근한다고 답한 응답자를 기업 규모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영세기업 비율이 3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소기업 13.9%, 대기업 12.4%, 중견기업 11.9%, 공공기관 7.1% 순이었다.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출근하라고 해서'(46.3%)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스케줄 근무'(27.2%)와 '필수 최소 인원'(16.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면 필수로 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하거나 합의해서 대체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응답자 10명 중 4명은(41.9%) 휴일 근로 수당이나 대체 휴가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휴일 수당을 받는 응답자는 41.9%, 대체 휴가를 받는 응답자는 16.2%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수당 지급 등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대해 응답자의 64.2%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 10명 중 3명 "빨간날 유급 휴가 자유롭게 못 쉰다"
고용형태, 급여나 직급에 따라 빨간날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3명(31.3%)은 명절·공휴일 등 빨간날에 유급으로 자유롭게 쉴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이 불안정 하거나, 임금을 적게 받을수록 '빨간날 유급휴가 사용 가능'은 낮아졌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정규직은 86%가 빨간 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은 절반(42.8%) 수준에 그쳤다.
임금 수준별로는 500만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9명(90.3%)이 빨간 날 유급으로 쉬었지만, 150만 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10명 중 3명(31%)만 유급으로 쉰다고 답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도 빨간날 유급 휴가 사용에 영향을 끼쳤다. 노동조합 비조합원(66.2%)은 조합원(86.9%)보다 빨간날 유급휴가를 더 적게 사용하고 있었다.
빨간날 유급휴가는 직장에서 지위가 낮을수록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사원은 2명 중 1명(50%)만 빨간날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실무자급 이상의 경우 10명 중 8명 이상이 빨간날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업장을 집중 단속해 노동 약자를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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