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법원 정문 쪽 삼거리에서는 우비를 입은 지지자들과 보수 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했다. 같은 시간 법원 밖은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보수 단체들이 법원 삼거리 도로 양쪽으로 나뉜 채 집회를 열었다. 이를 대비해 1000여 명의 경찰과 법원 직원들이 배치됐다. 이 대표의 예상 동선은 시민들의 접근이 차단됐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파란 현수막을 펼치고 '희망이 이긴다', '민주주의 지켜내자',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피켓을 나눠주며 "이재명은 죄가 없다"고 외쳤다. 친구와 함께 이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50대 이모 씨는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 밤 12시까지 기다리다가 구치소로 가면 같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적 죽이기를 하기 위한 검찰의 영장 청구"라며 "판사도 양심이 있다면 기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모(55) 씨는 "아침 8시 반부터 나와 있었다"며 "누가 봐도 부당한 영장 청구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많은 사람이 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송 전 대표는 "앞으로 우리 민주주의가 전진할지, 퇴보할지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날"이라며 "최소한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 있다면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국가기관을 장악해 국민 기본권을 위태하게 만든 이 시점에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다"며 "유창훈 법관의 판단이 미래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대편의 보수 단체들은 붉은 천막 아래 앉아 연신 이 대표의 구속을 외쳤다. '이재명 구속', '한동훈 화이팅'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천막 앞을 지나가는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삿대질과 욕을 하는 소동도 있었다.
오전 8시부터 1시간 20분을 달려왔다는 A(77) 씨는 "오후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결과는 당연히 (이 대표가) 구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빗길 교통체증으로 오전 10시 3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하얀 셔츠를 차림에 지팡이를 짚은 채 차에서 내렸으며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김인섭 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언제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의 영잘실질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또는 다음 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치면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대기하게 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지급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도 받고 있다.
국회는 지난 21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해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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