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유기견을 앞세워 얻은 '경태아부지'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후원금을 가로챈 전직 택배기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동부지법 1-3형사항소부(소병석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사기와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30대 김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공범 여자친구 A씨에게도 1심 징역 7년보다 줄어든 3년 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SNS 계정이 피고인(김씨)의 명의로 개설됐고 후원 금액 대부분이 피고인의 계좌로 입금됐다. 피고인이 휴대전화 입금 알림 기능을 사용하면서 입금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A씨와) 공모해서 후원금을 편취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외에 다른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도 1심에서는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으로 형이 줄었다. 재판부는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보호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다. 피해금액의 상당 부분을 변제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 점 등도 유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SNS 계정 '택배견 경태'를 통해 약 6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후원금은 도박 등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