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4일 서울지하철 신당역에서 전주환이 회사 입사 동기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피해여성을 집요히 스토킹한 끝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1주기를 맞아 정부와 경찰 등 당국이 강구한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1회는 스토킹범죄의 현황을 통계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년을 맞았다. 직장 내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범죄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사나 부하보다 동료가 입힌 피해가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1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직장 내 관계에서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는 223건이다. 2021년 7건, 지난해 114건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스토킹 범죄 인식이 커지고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10~12월 '검거' 인원은 818명, 지난해 9999명, 올해 1~8월 7545명(잠정)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해자 성별은 지난해 남성 8131명, 여성 1868명이다.
가·피해자 관계를 보면 과거 연인에게 당한 피해가 가장 많다. 지난 1~8월 기준 7401건 가운데 과거 연인이 2957건으로 가장 많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986건, 이웃 675건, 연인 541건, 친구·선후배 400건, 과거 배우자 263건, 직장 내 관계가 223건 순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 문제로 지적된 '직장 내 범죄'는 전체 건수가 증가한 것과 비례한다. 경찰청은 올해부터 통계 시스템을 개선해 가·피해자 관계 정보를 다룬다. 올해는 직장 내 관계 범죄 223건 중 동료가 131건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상사가 50건, 부하가 42건이다.
가·피해자 관계 정보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지난 2021년과 지난해는 각각 고용자·직장 동료·피고용자 3명·7명·1명 및 9명·114명·10명으로 확인됐다.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통계가 잡힌 지난해 수치를 보더라도, 상사나 부하보다 직장 동료가 가해자인 범죄가 월등히 많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윤미 변호사는 "직장 내 언어폭력의 경우 상하관계에서 권력을 이용해 발생할 수 있지만 같은 집단에서 생활하는 남녀관계에서도 발생한다"며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스토킹 범죄로 인식할 수 있다"라고 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연인 사이 폭력 연장선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인) 직장 동료 사이에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도 있다. 장 변호사는 "한두 번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경찰로 당장 가기 힘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직장 내에서 가능하다면 피해자가 인사상 불이익이라고 느끼지 않는 선에서 분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정책리뷰 '스토킹처벌법의 시행과 전망'에서는 현행법에서 스토킹 피해의 정의가 제한돼 있다는 비판과 직장 내 세밀한 피해자 지원 필요성이 언급됐다. 별개로 피해자와 친밀한 직장동료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친구나 데이트 상대, 직장 동료 등 친밀한 관계 범위는 넓고 관계에 따라 피해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적 범위도 달라진다"며 "직장 피해자와 신고자 불이익을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하도록 하는 등 조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는 피해자 가족을 비롯해 직장동료 등과 같이 피해자와 사회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관한 정보도 함께 파악한다"며 "피해자와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스토킹 행위에서 동시에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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