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98%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양상도 조직화·다양화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단체 푸른나무재단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 72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6.8%가 학폭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경험은 2.4%, 목격경험은 11.9%였다.
피해 유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이버폭력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언어폭력(19.9%), 괴롭힘(10.4%), 신체폭력(8.9%), 따돌림(8.9%), 협박·위협(7.6%) 등 순이었다.
피해 학생의 98.0%는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사이버폭력 대응 및 피해회복을 위한 사후지원에 대한 내용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정부 '학폭 근절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삭제지원 등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이버폭력 문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기업이 연계돼 대응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제도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폭력의 양상도 복합화되고 있었다. 피해 학생 1명당 경험하는 학폭 유형은 지난 2018년 1.8개였지만 2021년에는 2.5개로, 2022년에는 3.8개로 늘었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게임하는 과정에서 동급생의 옷을 벗기고 추행하는 모습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유포한 사례(사이버+성+강요·강제+언어폭력), 힘의 불균형 관계를 악용해 소액의 금전적 피해를 지속적으로 주고 신체에 문신을 새긴 사례(사이버+신체폭력+강요·강제+금품갈취) 등 학교급에 상관없이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폭 피해로 자살·자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늘었다. 학폭 피해로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8.8%로 전년(26.8%)보다 12.0%P 증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학폭 피해자 김수연(가명)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학폭 문제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며 "(학창시절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돼서도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 나와도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지고 흔히 '은둔형 외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된다. 악순환돼 더 고통받기 때문에 피해 당시에 (악순환의) 뿌리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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