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국가자격시험 채점 전 답안지 파쇄라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킨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 결과 과거에 최소 7차례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4월 23일 실시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 파쇄 사고를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공단은 613명의 답안지를 채점센터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착오로 파쇄했다. 결국 피해 수험생 613명 중 566명은 재시험을 치렀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사퇴했다. 공단은 613명에 1인당 10만 원의 보상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피해자 147명은 공단을 상대로 1인당 500만 원씩 총 7억 3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5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답안지 파쇄 원인·책임을 규명하고, 이와 별개로 국가자격시험 운영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 결과 답안 인수인계 및 파쇄 관련 공단 내부규정을 다수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험장→서울서부지사→채점센터로 이동하는 각 단계별 과정에서 답안 수량 확인을 하지 않거나 인수인계 서명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쇄 전에는 보존기록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파쇄 과정에서는 점검 직원이 상주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는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 답안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과거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재발 방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김영헌 고용부 감사관은 "그동안 채점센터에서 답안지 누락이 확인되면 소속기관에 연락해 답안을 확보해 채점을 완료했다"며 "이번 건도 파쇄 되지 않았으면 묻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년치 시험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만큼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더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22년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에서는 응시자 답안지 6매 중 1매를 분실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건은 5매의 답안지로 점수를 추론해 채점을 완료했다. 고용부는 "해당 응시자의 다른 시험 점수가 낮아 실제 합격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답안지 분실 사실은 모르고 있다"며 "감사가 끝난 뒤 공단 측에 이러한 사실을 응시자에게 고지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감사도 실시했다. 고용부가 출제, 시행, 채점, 조직·운영체계 등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 절차 미준수, 시험장의 수험자 현황 관리 미흡, 채점센터로 답안지 인수인계 시 보안 취약, 사고 보고 및 조사체계 미흡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조직 편제, 자체 시험장 부족, 업무량 대비 낮은 인력 충원율, 낮은 검정 수수료 등 열악한 인력과 예산도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 사고에 책임 있는 직원 등 총 22명에 대해 비위 정도에 따라 징계 조치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경고 2명, 주의 11명이다.
이와 함께 시험과 관련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단에 기관경고 조치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연이은 사고로 인해 떨어진 국민 신뢰도 회복을 위해 공단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고용부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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