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송주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검찰 조사가 시작된 후 약 10시간 만인 오후 9시 43분 귀가했다. '마라톤 조사'를 끝낸 이 대표는 "검찰의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고 전해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말 뿐"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9일 오전 10시 30분경부터 오후 6시40분경까지 약 8시간 동안 이 대표를 조사했다. 송민경(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와 박상용(연수원 38기) 검사가 미리 준비한 약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고, 이 대표는 약 4시간에 걸쳐 조서를 열람한 뒤 이날 9시 43분 청사를 나섰다.
이 대표는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형태야 말로 반드시 청산돼야할 악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도 검찰의 증거에 대해 "물증이 하나도 없다"며 "오직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과 이화영에게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뿐 그 흔한 통화기록도 없다"라고 자신을 둘러싼 대북송금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이 12일 오전 조사 날짜 통보했는데 응하실 거냐'는 질문에는 "제가 무슨 힘이 있겠나"라며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날짜를 협의한 후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는 "검찰이 12일 조사를 통보했지만 날짜 확정은 안 된 상태"라며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육성으로 한 진술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가장 대표적인 건 '김성태는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과거 전력이나 돈을 번 형태 등 모든 부분을 알기에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경기도가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한 자체는 문제가 없다. 불법적인가 합법적인가가 문제인데, 이 대표는 현금을 지원하려고 마음먹은 적 없다"고 밝혔다.
조서 열람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3분의 1만 열람했다"며 "효력에 대해서는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 조사 후 입장을 내고 "이 대표가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며 조서에 서명 날인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하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등으로 일관하며 조사해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12일 조사를 먼저 요구했으나 입장을 번복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오후 6시까지만 조사를 받게 해주면 12일에 다시 출석하겠다고 먼저 요구해 수용했지만 입장을 번복해 출석일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검찰은 출석을 요구한 12일 이 대표의 나머지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후 종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액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나머지 3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대납으로 보고 있는 검찰은 12일 이 대표를 한 차례 더 조사한 후 백현동 의혹과 함께 묶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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