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글' 행정력 낭비에 손배소…인과관계 입증 관건


근절 효과 기대도…"소송 자체 부담될 것"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 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행정력 낭비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김세정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 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행정력 낭비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법리적으로는 성립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살인 예고 글 근절 효과는 기대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법무부와 살인 예고 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놓고 대상과 범위 선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 여러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손해 산정 등을 놓고 실무진끼리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살인예고글 작성자를 강력히 형사 처벌하는 기조를 세웠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지난 1일 "살인 등 강력범죄 예고 사건에 엄정히 수사·기소해 대응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살인 예고 글 총 485건을 파악했다. 235건(240명)을 검거하고 이 중 23명을 구속했다. 법무부는 불특정 다수에 무차별적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에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경찰과 법무부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행정력 낭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건별로 법리 검토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액은 인력과 시간 등이 소요된 것에 따라 달라 구체적인 금액 산정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건별로 법리 검토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액은 인력과 시간 등이 소요된 것에 따라 달라 구체적인 금액 산정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경찰은 112 허위 신고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용 결정이 나온 사례를 주목한다. 331회에 걸쳐 112 허위 신고를 한 A씨를 상대로 2021년 1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579만원 인용 결정을 받았다. 다만 A씨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자동 인용 결정된 사례다.

실제 허위 신고 건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 연보에 따르면 허위 신고는 지난 2019년 4531건, 2020년 4063건, 2021년 4153건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4000건 이상 접수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손해배상 소송을 놓고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린다. 살인 예고 글 근절 효과에는 기대가 있다. 반면 개별 사건과 행정력 낭비의 인과관계를 따지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표현 행위에 쉽게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은 '입막음 소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치 않은 표현이 담긴 글이 게시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는 있으나 예방책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로 신고해 소방관이 출동하면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살인 예고 글을 놓고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등 어떻게 보면 고육지책"이라며 "승소하지 못해도 피고는 소송전에 시달리는 부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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