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재판에서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 파일과 메시지 내역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강 전 위원이 이 전 사무총장을 도와 돈봉투 살포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5일 강 전 위원의 두 번째 공판 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증거조사에서 다수의 녹음 파일과 메신저 내역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은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 이 전 부총장과 이성만 의원의 통화 등이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강 전 위원은 이 전 부총장에게 '우리가 임명한 사람은 이정근이야. 이정근 중심으로 하고 정한 거지. 강 씨(전 민주당 지역위원장)로 정한 게 아니야. 항상 이정근이 중심인 거야.'라고 말한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피고인이 이정근을 중심으로 캠프 조직을 장악한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강 전 위원이 이 전 부총장과 함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 조직을 운영·주도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이 전 부총장이 강 전 위원에게 보낸 메시지로 '강래구, 김모 씨, 이모 씨, 이정근 등 캠프조직활동가 운영, 강래구 애씀.'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위원 등이 모여서 송 전 대표의 캠프 조직 운영비를 마련하는 회의를 했고, 강 전 위원이 애쓰고 있다는 의미로 경선캠프 활동을 위한 운영비 마련 활동에 처음부터 강 전 위원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의원과의 통화도 등장했다. 이 의원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 씨에게 돈을 주고 박 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돈을 주는 방식을 제안하자, 이 전 부총장은 직접 달라고 했다.
녹음 파일에서 이 전 부총장은 '오빠(이성만 의원)가 받아서 나한테 줘. 박 씨가 주면 너무 빤히 보여서.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걸(돈을) 못 받아.'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성만 캠프와의 자금 제공 협의가 이뤄진 사실과 이 협의 사실에 대해 이정근이 인식하고 있었던 걸 뒷받침한다"고 해석했다.
이어진 녹음 파일에서는 강 전 위원이 이 돈을 지역캠프 활동비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나왔다. 강 전 위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이성만이 언제준대'라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은 '조모 씨한테 받아서 조 씨가 뭘 해서 줘야 가지고 오는데'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 전 위원은 비용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사람을 (지역에) 내려보내는 게 어떤지 제안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정근에게 지역본부장 회의에 돈봉투를 뿌리는 걸 지시·권유했다"며 "이성만의 자금 수수 범행에 강 전 위원과 이성만이 공모한 사실, 지시 권유한 사실을 직접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강 전 위원은 사업가 김 씨에게 받은 기부금 5000만 원에 캠프 자금 1000만 원을 합친 6000만 원을 같은 해 4월 27~28일 윤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윤 의원은 다른 의원 20명에게 300만 원씩 전달한 걸로 검찰은 파악했다.
강 전 위원은 한국수자원공사 임원을 지내면서 사업가 박모 씨에게 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24일 검찰은 돈봉투 의혹과 연관된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윤 의원을 재판에 넘겨졌다.
윤 의원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당시 당 대표 후보이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현금 6000만 원을 달라고 하고,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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