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어린시절' '은둔형 외톨이'…범죄자의 서사 논쟁


"범죄자 미화·악마화" vs "배경 없이 범행 정확히 판단 불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흉악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이 최근 연이어 공개되면서 그들의 과거 행적도 알려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담은 기사에는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줘선 안 된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린다.

가해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이목이 집중된다면 범행의 심각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조선(33)이 어릴적 부모를 잃고 불우한 삶을 살아왔다거나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최원종(22)이 특목고 진학에 실패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범죄자의 서사를 알리는 것이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자의 서사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는 있다"면서도 "소년원 경험이라든지 불우한 가정 환경 등 본 사건과 인과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정보는 범죄자를 미화 혹은 악마화해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건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범죄자 서사는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강명 작가는 최근 조선일보 칼럼에서 "인간은 세계를 서사로 이해하는 동물이며, 서사 정보 없이 도덕적 판단은 불가능하다"며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요구는 어떤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도덕적 판단을 끝내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동기를 궁금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이유를 설명할 땐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을 이해하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라며 "동정적 시각을 유발할 수 있는 해명 나열은 비판할 수 있지만 사실 불가피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및 살해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는 최윤종의 모습. /장윤석 인턴기자

실제 지난 2013년 일본 법무성이 무차별 살상 사건의 범죄자 52명을 분석한 결과 수입이 전혀 없는 이가 31명(59.6%), 친구나 동료가 없는 이가 27명(51.9%)에 달했다.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빈곤이 묻지마 범죄의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들도 비슷했다. 조선은 "다른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 왔다"고 진술했으며 등산로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30)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자들이 과거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알고 대처해야 제대로 된 범죄대책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하거나 언론이 보도할 때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범행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가십거리를 조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내용 등은 범행의 이유를 설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실부모했다는 성장배경 등은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 그런 내용이 알려진다면 비슷한 배경이 있는 사람은 다 (범죄자로) 매도되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언론은 범죄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겪지 않을지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범죄가 발생한 맥락과 배경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목적은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클릭수를 높이거나 대중의 말초적 관심을 촉발하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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