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간첩단' 단체 보석 신청…전자장치 부착은 거부


피고인 측 "증거 인멸·도망 우려 없어"
검찰 "사법 질서 적대 의도 보여"
피고인, 공개 재판 요구에 재판부 "기각"

이른바 창원 간첩단으로 불리는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측의 보석 신청에 검찰은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남진보연합 활동가 등 4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지난 3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명의 활동가가 서로 시간 차이를 두고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른바 '창원 간첩단'으로 불리는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피고인의 보석 신청에 검찰은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검찰이 만일 보석이 받아들여진다면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해달라고 하자 이들은 "그런 식의 보석은 거절하겠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4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황모 씨 등 4명에 대한 공판 기일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이들은 일괄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 등 예정된 재판 진행에 약 1시간 동안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황 씨 측은 "주거가 일정해 도망의 염려가 없고 결속력 있는 가족과 함께 생활해 왔다"며 "2022년 11월 압수수색 검증 이후 변호인이 선임돼 수사기관과 지속적으로 연락해 왔다. 언론에도 거주지와 혐의 사실이 이미 상당 노출돼 있다"며 도망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별적 상황으로 이번 주 딸의 결혼식이 작년부터 정해져 있었다"며 "피고인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피고인이 혼주석에 앉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피고인은 1회 공판에서 인정 신문도 거부하는 등 사법 질서에 적대 의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하는 과정에서 역 감시하거나 은밀히 회합하는 등 보안 수칙을 준수하고, 서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 보석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맞섰다. 보석을 허가하게 되면 위치 추적 장치 부착 조건을 부과해달라고도 했다.

검찰은 △공소 제기 40일이나 지난 후에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한 점 △즉시 항고 만기일에 이르러서야 즉시 항고한 점 △구체적인 증거인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재판 지연 전략이라고 질타했다. 보석 신청 또한 검찰이 말하는 재판 지연 전략의 하나다.

이어진 보석 심문에서 정모 씨는 "미성년인 자녀 2명이 어머니의 전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며 "엄마와 분리 기간이 장기화돼 정서적 불안 형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씨는 검찰의 위치 추적 장치 조건에 대해 "아이들에게 그런(전자 장치를 부착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그런 보석이라면 오히려 제가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터는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66명이며 이 중 대부분이 국가정보원 관련자다.

국정원 직원법 제17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이 증언 또는 진술을 허가한 경우 법원은 공무상 비밀 보호 등을 위한 비공개 증언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비공개 재판과 차폐막 설치 상태에서 증인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피고인 측은 "국정원 직원법 2항과 6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며 공개 재판 진행을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는 진행 논의를 위해 5분간 휴정했다. 휴정 시간 동안 법정을 꽉 채운 방청객들은 법원 경위들에게 "비켜달라. 얼굴도 못 보게 하느냐"고 말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법 해당 규정은 공개와 비공개 재판을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일 뿐이라며 공개 재판 요청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피고인 측이 신문의 효율성을 위해 증인의 표정과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변호인단만 증인의 얼굴을 보고 신문할 수 있도록 법정 내 자리를 재정비했다.

피고인 측은 또다시 이의신청을 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판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들은 2016년부터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만나 공작금을 받은 후 국내로 잠입, 약 5년간 수십회에 걸쳐 북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은 2016년 3월 내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1월9일 경찰과 함께 4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당시 암호화된 USB가 든 지갑을 창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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