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지원 어떻게 달라지나?…SVI 평가로 정부지원 차등


고용노동부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 발표
정부지원 종료 후 고용 유지 안돼 전면 개편 나서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 패러다임을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모두 발언하는 모습./더팩트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정부가 사회적기업 인건비 중심의 지원을 줄인다. 사회적 가치·성과 등이 미흡한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고용노동부는 1일 사회적 기업 지원 개편 방안을 담은 '제4차 사회적 기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 패러다임을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사회에 공헌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으로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사사회적기업을 운영하려면 요건을 갖춰 고용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기업 실태와 지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다.

◆ 1년 이상 고용유지율 29% 불과…부정수급 사례도

올해 3월 기준 사회적기업은 총 3568개다. 사회적기업이 고용 중인 근로자는 6만6306명으로, 이 중 고령자·장애인·저소득자 등은 4만5명(60.3%)이다.

그러나 전체 60.2%가 10인 미만 기업이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자리제공형이 66.4%를차지하고 있다.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지만 정부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구매 의존도가 높아 지속가능성과 국민 인지도 제고에도 한계가 있었다.

#. 일자리제공형 A 인증기업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3억 5000만 원의 재정지원에도 정부지원 종료 후 경영악화로 2017년 폐업했다.

#. 제조업 B 인증기업은 근로자 5명에 대해 근로계약서, 출근부 등 근로관계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인건비 750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

2007~2023년 약 1조7803억 원의 인건비·사회보험료 지원에도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했고,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인건비 지원이 종료된 사회적기업의 6개월 고용유지율은 50%에 불과했다.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29.2%였다. 비슷한 성격의 고용장려금 23개 사업의 평균 고용유지율은 6개월 이상 80.3%, 1년 이상 68.2%에 달했다.

◆ 2025년부터 SVI 평가…'미흡' 땐 제외

이에 정부는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판로·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내실화하고 신규 고용을 위한 인건비 등 직접 지원은 일반 중소기업과 동일하게 각종 유사 제도로 통합한다.

예컨대 고용부가 지급하는 사회적기업 인건비 지원은 고용촉진장려금·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장애인고용장려금 등 비슷한 성격의 제도로 편입되고, 사회보험료 지원도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지급되는 식이다.

일률적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 등 '사회적 가치 지표'(SVI·Social Value Index)를 통해 평가해 정부 지원을 차등화한다.

내년부터 신규 사회적기업은 인증 심사시 SVI 측정을 병행하고, 기존 사회적기업은 내년까지 신청을 통해 측정을 완료한다.

2025년부터는 SVI 측정 결과에 따라 공공구매, 세제혜택등을 차등화한다. 탁월·우수·보통·미흡 4단계로 평가해 '탁월' 기업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흡'이나 SVI 측정을 하지 않은 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평가 결과는 추후 공표해 공공과 민간의 조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우수한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돌봄·간병·가사 분야의 사회적기업 역할은 확대한다. 고용부는 직접 지원 축소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편으로 기존 사회적 기업의 생존이 어렵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사회적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정부 지원 한도 내에서만 고용이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쯤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새로운 투자 기회도 생긴다. 어느 정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pep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