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강래구 첫 재판 "조언했을 뿐 금품 제공 관여 없어"


강래구 "이정근 녹취록 거짓 많아 전체 들어야"
재판부 "윤관석 재판 준비절차 끝나면 병합 논의"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측이 조직본부 운영에 대해 논의만 했다며 지역 위원장이나 상황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행위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 감사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측이 조직 운영만 논의했다며 지역 위원장이나 상황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행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 전 위원의 첫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강 전 위원은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송영길 캠프가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송영길을 지지해달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금품을 준 것"이라며 "그를 위한 원외 조직으로 강 전 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사무부총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전 위원이 송영길 캠프의 조직 본부를 총괄하고 이 전 부총장을 내세우되, 배후에서 캠프를 총괄 관리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당내경선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돈 잔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금권선거의 실상이 드러난 이번 기회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당내 경선 관련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위원 측은 당내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했다. 강 전 위원 측은 "(강 전 위원은) 대책 회의를 하고 상황실장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그 한마디를 했다고 해서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은 일자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까지 전부 공범으로 책임져야 하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은 수자원공사에 있었고, 이정근과 통화하면서 여러 조언을 하거나 들어준 적은 있지만, 당 대표 선거 경선을 총괄하거나 총책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전 위원의 행위가 공범으로서의 행위인지 지시권유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강 전 위원 측은 송영길이 당 대표로 선출된 후에도 공직으로 수혜나 혜택을 받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이날 강 전 위원은 검찰 측에 일명 '이정근 녹취록'의 전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전 위원 측은 "2년 전에 했던 일이고,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거짓말도 많이 존재할 수 있어 전후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내용대로 서증 조사를 해보고 반박이나 의견 진술을 통해 다퉈보자"며 "방대한 녹음 파일을 틀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정리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 감사위원이 4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양측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증인 신문과 서증조사 등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 전 위원의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직 보좌관의 재판도 함께 심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윤 의원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달 1일 윤 의원의 재판준비절차를 진행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 전 위원은 사업가 김 씨에게 받은 기부금 5000만 원에 캠프 자금 1000만 원을 합친 6000만 원을 같은 해 4월 27~28일 윤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윤 의원은 다른 의원 20명에게 300만 원씩 전달한 걸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모 씨, 이 전 부총장도 관여한 것으로 본다.

강 전 위원은 한국수자원공사 임원을 지내면서 사업가 박모 씨에게 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24일 검찰은 돈봉투 의혹과 연관된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윤 의원을 재판에 넘겨졌다.

윤 의원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말 당시 당 대표 후보이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현금 6000만 원을 달라고 하고,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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