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도시 곳곳에 무분별하게 나붙은 정당 현수막이 정부의 가이드라인 수립 이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구나 표시 방법 등 세부기준이 없어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더팩트> 취재진이 살펴본 서울시청과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한 정당에서 특정 인물을 겨냥한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도둑놈들', 'OOO 구속 수사하라' 등 원색적인 내용을 담았다.
여의도에도 'OO당은 반국가세력', 'OOO은 당장 사퇴하라' 등 노골적인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A씨는 "적나라한 (내용의) 현수막을 보고 저렇게 적어도 되나 생각했다. 과격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자치구에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민원도 이어진다. 송파구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안 좋은 내용이 너무 많다며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 근처에 폭력, 성적인 단어, 핵폭탄 등 내용을 담은 현수막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속은 어려워 자치구의 고민은 깊어진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수막 표시나 설치 방법·장소 규정은 있지만, 문구 제한 규정은 없다.
중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이후에도 정당 현수막이 크게 줄진 않았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한 달에 50~60건 정도 현수막 민원이 들어오는데, 문구가 자극적이고 불편하니 떼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안내지침이라 정당에서 지키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현실에서 공무원이 문구내용을 일일이 판단해 철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당 현수막 내용에 대한 판단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철거 및 과태료 부과는 지자체가 맡아 '떠넘기기'가 될 수도 있다.
양윤섭 변호사(법률사무소 형산)는 "지자체가 지방의회나 정당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적용할 우려가 있다"며 "선관위가 정당 현수막을 (전부)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옥외물광고법과 행안부 가이드라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개정하고, 지자체장 또는 관계기관이 위반사항을 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판단해 철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파구는 자체 정당 현수막 관리 방안을 다음달쯤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1일부터 14일간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구민 의견을 들었으며, 조사 결과를 반영해 개선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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