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현들' 학교 떠난다…길 잃은 한국 영재교육


최근 5년간 영재학교 떠난 학생들 87명
"성적·지능 아닌 사회성 교육 비중둬야"

최근 천재소년 백강현(11) 군의 서울과학고 자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영재교육의 한계가 다시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서울과학고 전경./서울과학고 홈페이지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천재소년' 백강현(11) 군의 서울과학고 자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영재교육의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계에서는 성적과 지능지수(IQ) 등 계량화된 가치에 치우친 영재교육이 늦기 전에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성찰이 이어진다.

백군의 아버지 백모 씨는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서울과학고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등 학교폭력을 겪었다"며 아들의 자퇴 소식을 알렸다. 일부 학생들이 조별과제에서 백군을 배제하고, 모욕적 언사를 내뱉는 등의 학교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백군은 지난 2016년 SBS '영재발굴단'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당시 생후 41개월이던 백군은 2차 방정식을 푸는 등 수학과 음악에 재능을 보였으며 IQ 또한 204(멘사 기준)에 달했다.

이후 월반과 조기 입학을 거친 백군은 올해 3월 국내 최정상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에 입학했지만 결국 5개월 만에 자퇴를 선택했다.

백군 같은 영재학교 이탈 학생은 꾸준히 등장한다. 학교정보공시사이트 '학교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개 영재학교를 떠난 학생은 87명에 달했다.

백강현 군 같은 영재학교 이탈 학생은 꾸준히 등장한다. 학교정보공시사이트 학교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개 영재학교를 떠난 학생은 87명에 달했다. /백강현 군 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은 동급생보다 어린 영재학생들에게 충분한 사회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백군 사건을 계기로 영재교육을 재정비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정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은 "국내 영재교육은 누가 영재인지를 가리는 데 치중됐다. 매스컴에 나와서 IQ 테스트를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이후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는 경시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사회성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교류, 도덕성 또는 윤리관 같은 부분이 다른 수학, 과학적 교육보다 부족하다. 조금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도 "정해진 지식을 집어넣기만 하는 패러다임을 넘어 지식을 바탕으로 내 관점, 주제, 어젠다, 관심사를 꺼내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며 "정해진 정답을 잘 아는 '만들어진 영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재교육 모집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은 "빠르면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시작하는데 적어도 5~6학년부터는 시작해야 최소한의 사회성이나 체력적 부분에서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bastianle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