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에 '셉테드' 앞다퉈 확대…"맹신은 금물"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5대범죄 54%↓
"경찰 전문성 강화 병행해야 효과 기대"

최근 서울 관악구 미성동 성범죄 사건 등 강력범죄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범죄예방건축설계기법인 셉테드(CPTED)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화양동 거리에 고보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최의종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최근 서울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인 '셉테드(CPTED)'가 이목을 끈다.

서울시와 자치구도 앞다퉈 확대 적용하는 추세다. 다만 다른 치안 대책과 병행해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를 비롯해 7개의 자치구가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환경디자인 조례'를 제정하고 셉테드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셉테드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을 지칭한다. 건축환경의 적절한 설계와 효과적인 사용을 통해 범죄 불안감과 발생 범위를 줄이고 삶의 질을 증대시키는 기법이다.

서울시는 2009년 주거단지인 은평뉴타운에 셉테드를 부분 적용하면서 첫발을 뗐다. 2010년에는 '서울특별시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지역에 셉테드를 반영하도록 제도화했다.

2012년에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개발이 지연되면서 급속도로 슬럼화된 마포구 염리동 골목을 '소금길'로 지정해 거리에 전봇대 번호를 통해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지점에 비상벨과 밝은 조명도 설치했다.

최근 서울 관악구 미성동 성범죄 사건 등 강력범죄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범죄예방건축설계기법인 셉테드(CPTED)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여성안심귀갓길 인근에 위치한 비상벨. /더팩트DB

여성들의 야간 통행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적용했다. 2013년부터 경찰과 협력해 범죄예방 환경을 구축한 여성안심귀갓길이 그 예다. CCTV, 비상호출벨 등이 설치돼 있으며 도로면에 여성안심귀갓길임을 알리는 표식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이런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은 실제 범죄 감소 효과가 일부 확인됐다.

2017년부터 5개 행정동에 셉테드를 적용한 동작구는 적용 1년 뒤 1개 동을 제외한 4개 동에서 살인·성폭력·폭행·절도·강도 5대 범죄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경찰청과 건축도시공간 연구소가 실시한 연구에서도 셉테드 사업이 실시된 시내 5개 지역의 5대 범죄 발생이 54%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축소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2013년 염리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사업시행 이후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이전에 비해 9.1% 감소했고, 동네에 대한 애착심은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셉테드가 범죄 예방의 '만능키'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경찰 전문성 강화 등 다른 치안 대책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학적 예방의 틀인 셉테드와 CPO(범죄예방진단경찰관)가 맞물려야 효과적인 범죄 예방책을 만들 수 있다"라며 "그렇기 위해선 CPO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석진 경상국립대 건축학과 교수(한국셉테드학회 연구부회장)은 '건축과 도시공간' 6월호에 기고한 '범죄 없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K-CPTED로의 진화'에서 "셉테드에 대한 지나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며 "셉테드는 주로 노상범죄와 침입범죄와 같은 환경이 제공하는 기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와 불안감 감소에는 효과적이지만 알코올이나 약물 투여 또는 정신질환과 같은 비이성적 성향으로 발생하는 일명 '묻지마 범죄' 등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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