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빠른 시일 내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2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4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재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인 법무법인 해광이 전날 사임계를 제출한 데 이어 다른 변호인단도 모두 불출석하면서 공전됐다. 오후 재판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재개됐다.
◆ 검찰 "이재명-김성태, '대북송금' 중요 순간마다 통화"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북한 스마트팜 비용과 방북비 대납의 주요 시점마다 통화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쌍방울이 스마트팜 비용을 내기로 결정한 2019년 1월, 방북비를 대납하기로 확정한 2019년 7월 굉장히 중요한 상황에 이화영을 통해 이재명과 통화한 게 맞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방북비 대납을 직접 보고한 사실을 수 차례 확인했다며 "이 대표도 쌍방울의 대납에 대해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고, 이 대표와 직접 통화도 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뜻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의 봐주기 기소'를 주장한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말대로 있는 죄를 어떻게 좀 했으면(봐줬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등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을 향해 '노상 강도'라고 빗댄 이 대표에 대해서도 "후원금만 2억 원씩이나 한 사람한테 노상 강도라고 표현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고, 이재명이 대통령 되길 바랐던 사람으로서 절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자기들을 지지한 사람을 어느날 뜻이 맞지 않는다고 이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작심 발언했다.
◆ 이재명 측근들 사외이사 선임…"이재명 지원 위해서"
김 전 회장은 이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이 대표 측근들을 직접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을 맡은 이태형 변호사를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의 사외이사로 선임한 경위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고, 이태형 변호사가 사임한 후엔 경기도 쪽 친한 사람으로 소개해 준 나모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부탁해 당시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근무했던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을 계열사 나노스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이 "스마트팜 비용과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를 북한에 전달하고 이 대표가 쌍방울에 지원을 약속했으니 이 대표의 측근들을 선임해 소위 '챙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 "이화영 부탁에 이재명 1억5000만원~2억 원 쪼개기 후원"
2021년 7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1억 5000만~2억 원 상당을 '쪼개기 후원' 한 이유도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재명이 이낙연과 경선을 하는데 이화영이 제게 '경선 첫날 후원금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오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부탁했다"며 "한 사람당 1000만 원 밖에 후원할 수 없어서 제 직원들 등 여러 명의 이름으로 1억5000만원에서 2억 원 상당의 후원금을 쪼개기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의 비서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이 이 지사의 비서에게 바로 전화가 왔었다며 '후원금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판 말미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묻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처음엔 원망을 많이 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되게 안타깝고 건강도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빠른 시일 내 사실대로 얘기하고 본인의 길을 빨리 잘 가길 빌겠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을 쳐다보지 않고 눈을 감았다.
◆ 이화영 배우자 저격도…"남편을 이재명 위해 나몰라라 하나"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도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하다하다 자기 남편이 아닌 이재명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변호사라도 선임을 해주던지, 나몰라라 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몇 번이나 왔지만 증언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하고 법인카드와 차량 등 약 3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3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대납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다음 공판은 29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증인 신문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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