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인턴기자] "안전하고 조용해서 매일 운동 다니는 길인데 이제 혼자는 못 다녀요."
조선(33)의 묻지마 흉기난동이 발생한 지 한 달가량 지났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도 점차 안정이 찾아오는 듯 했지만 주민들은 또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대낮에 공원 인근 산속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신림동 한 공원 근처 산속에서 최모(30) 씨가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더운 공기가 가득한 18일 오전. 범행 현장 인근 공원은 언뜻 평화로워 보였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안전하고 조용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등산로 입구에는 "안전을 위해 2인 이상 동반 산행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인적이 드문 샛길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다.
산행 중이던 여성 A씨는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 매일 운동 다니는 길인데 이제는 혼자 못 다닌다. 이렇게 둘이고 셋이고 같이 다닌다"라며 "어린이집에서도 체험학습을 나오는 조용하고 안전한 곳이라 매일 운동을 다녔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운동을 나온 60대 여성 B씨도 "여기 아니면 운동하러 갈 곳이 없어서 조심히 나와봤다. 경찰들이랑 기자들이 다니는 걸 멀리서 확인하고서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테니스를 치기 위해 매일 이곳을 지나다니는 40대 여성 C씨는 사건 소식을 접하고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루라기를 구했다. 그는 "매일 운동하러 오는 길이라 뉴스 보고 호신용품을 부랴부랴 구매해서 왔다"고 말했다.
'2인 1조'로 도보 순찰하는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산악순찰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조선 흉기난동 사건을 시작으로 잇따라 발생하는 묻지마 범행에 '특별 치안 기간'을 두고 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또다시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공권력에 불신도 싹트는 모양새다.
신림동에 거주한다는 20대 대학원생 안모 씨는 "이제 화가 난다. 강력 사건이 계속 터지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 순찰이 확실히 늘었지만 또 터지지 않았나. 불안 수준을 넘었다"라며 "경찰이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더 불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최씨를 강간상해 혐의로 조사 중이다. 최씨는 조사 과정에서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라서 CCTV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범행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너클은 지난 4월에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계획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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