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윤석열 정부가 자신을 제물로 삼아 무능과 정치 실패를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는 감추지 못한다'며 거듭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6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 촛불혁명을 성취한 우리 국민"이라며 "당장은 폭력과 억압에 굴복하고 두려움에 떨지 몰라도 강물을 바다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반드시 떨쳐 일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는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라며 "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 사라졌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 대표는 또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며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이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시라"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10층 영상녹화실에서 예정된 조사 직전 취재진과 만나서도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빠르게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의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사업 관련 인허가를 해결해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분양이익 3185억 원을 얻고, 최대주주(46%)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 원의 배당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주고, 애초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로 줄여 나머지 90%를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수 있게 해 민간업자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이 대표 측과 친분이 있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해 성남시 측에 개발 관련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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