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이 대표는 조사를 이틀 앞두고 공개한 진술서 요약본을 통해 "1억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혹의 핵심인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반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1번의 조사,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2번의 조사에 이어 4번째 조사다.
백현동 의혹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사업 관련 인허가를 해결해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분양이익 3185억 원을 얻고, 최대주주(46%)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 원의 배당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주고, 애초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로 줄여 나머지 90%를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할 수 있게 해 민간업자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이 대표 측과 친분이 있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해 성남시 측에 개발 관련 청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대표와 정 대표를 차례로 구속, 재판에 넘겼다. 이후 성남시 측 배임 혐의 수사에 주력해 왔고 지난달 25일엔 이 대표의 측근이자 사업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이번 조사는 사실상 백현동 수사의 종착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조사를 이틀 앞둔 15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미리 공개했다. 그간 대장동, 위례 신도시, 성남 FC 의혹으로 3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을 때도 이런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한 만큼 이 대표는 17일 네 번째 조사에서도 서면으로 대신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요약)' 문건에서 "진술인은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반박했다. 용도 변경에 대해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민간업자의 로비 때문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용도변경 지시, 국토교통부와 국가기관인 식품연구원의 요구, 국정과제 이행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2013∼2014년 박 전 대통령과 국토부가 8차례 용도변경을 지시·요구했다며 "도시기본계획에 맞추면서 아파트 용지로 바꾸라는 정부 요구를 들어줄 유일한 방법은 준주거(지역) 지정뿐(이었다)"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연구원 역시 2014∼2015년 3차례 성남시에 용도변경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국토부도 공문으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도변경 혜택은 그 조건으로 땅을 판 국가(식품연구원)가 차지한 것이지 땅을 산 민간업자가 혜택을 본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용도변경을 요구했고 혜택도 정부가 취했으면서 용도변경을 해준 시장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성남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 중 약 1000억 원 상당의 연구개발(R&D) 부지 7천500여 평을 확보해 환수했다고 한다.
민간임대아파트 공급에 대해서는 "식품연구원이 건물과 부지 교환으로 공공기여가 증가했다는 이유로 2015년 12월 28일 민간 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변경을 요구했다"며 "실무부서가 요구 수용을 건의해 결재 라인을 거쳐 승인했다"라고 밝혔다. 공사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용도변경 조건으로 공사의 참여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추후 검토하기로 한 것"이라며 "성남시와 공사는 종국적으로 사업 참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공사는 사업 참여 의사가 없었다"라고 했다.
자신이 백현동 사업으로 아무런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범죄에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 배임죄는 논리상 불가능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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