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2020년 하얏트 호텔에서 난동을 부려 재판에 넘겨진 수노아파 관련인 37명이 첫 재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함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폭력행위처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등의이용.단체등의 지원, 단체 등의 구성.활동) 등 혐의를 받는 윤모 씨 등 37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에는 윤 씨 등 4명의 피고인만 출석했다.
이들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얏트 호텔 난동 사건 가담 혐의'와 범죄조직 단체인 '수노아파에 가입한 혐의'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에 앞서 공판준비절차 이후 본 재판이 시작되면 두 혐의를 나눠서 재판을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윤 씨 측은 "수노아파의 조직원이 아니다. 몸에 문신 하나 없다"며 "하얏트 호텔 사건과 관련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이용이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나머지 피고인도 "내막을 알지 못한 채 공범을 따라갔다가 연루됐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피고인은 "범죄조직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가입 시기를 다툰다"고 밝혔다. 전화 연결이 불가능해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피고인들도 있었다.
방대한 증거 목록도 쟁점이었다. 윤 씨 측은 "증거 목록을 받아 보니 총 4책으로 1책이 30권 정도라 1만5000페이지가 나왔다"며 "복사하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열람등사를 마친 변호인에게서 받아 변호인들끼리 일괄적으로 복사해 나눠 갖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관련 기록 유출 문제가 있어 상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검찰이 열람 복사된 걸 공유하는 것에 대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허가해 주고 말고 하는 게 적절한지(의문)"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출 문제는) 허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안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검찰도 법원도 허가를 할 권한이 없으니 변호인들끼리 결정하라는 취지다.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윤 씨의 사주를 받고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3박 4일간 머무르며 호텔 직원들을 위협하고 레스토랑 내 밴드 공연을 중단시키는 등 난동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집단으로 사우나를 이용하고 객실 내 흡연, 조폭식 90도 굴신 인사를 하는 등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호텔 소유주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60억 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과 투숙객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KH그룹이 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분쟁을 겪었던 투자자로 검찰은 윤 씨가 피해 보상을 위해 난동을 부린 것으로 본다.
수노아파는 조직원이 약 120명에 이르는 폭력범죄단체로 전남 목포를 거점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1997년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그 후에도 세력을 전국적으로 넓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 역시 폭력조직 출신으로 호텔 난동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수노아파 고소까지 취하하고 사건 무마를 시도한 후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검찰은 배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