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연달아 불출석했던 그룹 관계자들이 재판부의 '구인장 발부' 경고 후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느냐"며 불출석 경위를 추궁했지만 개인적 사정이었다고 맞섰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쌍방울그룹의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임직원 A·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앞서 증인으로 소환을 통보받았으나 지난달 21일 8차 공판에 이어 28일 9차 공판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공전됐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기일 "구인장 발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A씨가 구속 상태인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 사이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점을 강조하며 "김 전 회장의 지시사항을 회사에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며 수원지법과 검찰청 주변에 머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고, 재판에 수 차례 방청하는 모습도 확인됐는데 왜 연속으로 불출석한 건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A씨는 "회사의 심부름도 있었지만 검찰에서 회사에 서류를 부탁할 때도 있었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법원과 검찰청 주변에 머물렀던 것"이라며 "지난 재판에는 몸이 갑자기 아파 당일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그 이전엔 가족의 병원 치료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씨도 가족 통원치료 동행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성태 전 회장 측도 이들의 불출석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A씨에게 "실제로 병원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며 "누군가의 지시로 재판 당일에 불출석한 것 아니냐"고 재차 캐물었다. 이에 A씨가 "못 했지만 치료는 예정되어 있었다"고 답하자 검찰은 병원 예약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지난 기일에도 '검사 인사이동과 재판 참석 검사 변경을 염두에 둔 것 같다'며 증인들의 재판 지연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A씨 증언의 신빙성도 문제삼았다. 검찰은 A씨가 쌍방울 임원들의 '자금 조달' 업무 분장을 자세히 설명하자 "마치 외운 것처럼 획일적인 구조의 답변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정에 나오기 전에 어떻게 답변할지 누구와 논의한 적 있느냐"고 추궁했다.

김 전 회장은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페이퍼컴퍼니) 5곳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광림에 약 11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0억 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누락한 혐의도 있다.

이와 별개로 경기도가 2019년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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