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힘내'라는 말보다 '힘들었지?' 말 한 마디에 툭 풀어지는 마음."(김재린 주임)
"하하 힘든 일은 잊고 웃어봐요. 호호 불어 먼지처럼 털어버려요."(김진주 주임)
"우리의 예쁜 매일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할 수 있도록."(성미나 주임)
서울 송파구(구청장 서강석)가 개최한 '마음달램문구 공모전' 수상작들엔 공통점이 있다. 7·8급 공무원들이 글귀를 통해 서로를 따뜻하게 격려하고 실수를 포용한다는 점이다.
구는 악성민원 등 감정노동과 수방·폭염 비상근무로 지친 공무원들을 격려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공모전을 열었다.
수상자인 김재린 민원행정과 주임과 김진주 도시계획과 주임, 성미나 민원행정과 주임은 7일 송파구청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1등을 차지한 김재린 민원행정과 주임은 5년차 공무원이다. 평소 힘들 때 글귀를 찾아보거나 책을 읽는데, 자신이 쓴 글로도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김 주임은 "평소에 말이 주는 힘을 믿고있다"며 "공감하는 자세가 위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업무특성 상 감정노동에 많이 시달린다. 최대한 친절하게 도와주려 하지만, 법적으로 안되는 경우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해달라며 욕설을 뱉거나 큰소리를 내는 경우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반면 민원을 처리하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 어르신에게 다른 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렸더니 "따스하게 가족같이 잘 처리해준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3년차 공무원인 도시계획과 김진주 주임은 구 캐릭터인 '하하호호'를 응용해 재치있는 문구를 떠올렸다. 그는 상품으로 받은 음료 상품권으로 팀원들에게 커피를 샀다며 미소지었다.
김진주 주임도 노점단속 등 업무를 하며 사람을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생계와 연결되거나 생활이 어려운 시민들과 마주하다보니 강하게 밀어부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단속을 안 하면 민원이 들어온다.
그는 "경력이 오래된 것도 아니다 보니 민원을 상대하는 게 어렵다"며 "욕을 하거나 위협한 적도 많다. 물건을 찾으러 왔다가 왜 가져갔냐며 세게 나오시는 분들도 가끔 계셔서 그럴 때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8년차 공무원인 민원행정과 성미나 주임은 참가상을 받았다. '2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육아를 하며 감수성이 풍부해져 따뜻한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성 주임은 "내가 생각했던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며 "(수상작은) 딸을 생각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문구인데, 어느 순간 육아를 하다보니 저를 향한 문구가 됐다"고 말했다.
구는 공무원부터 구민 모두 힐링할 수 있게 문구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또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보호기 배경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인트라넷에는 '다들 지쳐있는 와중 좋은 마음을 나눠줬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하고 싶다',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된다'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반응이 뜨겁다.
앞으로 바라는 점을 묻자 세 직원은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 주임은 "민원인들을 정말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은데 내부사항이나 법률상 안 되는 부분도 있다"며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게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막 대하시기도 하는데 존중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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