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이어 서현…"'묻지마 범죄' 범정부 대책 필요"


살인예고 글 잇단 올라와…경찰 수사
'가석방 없는 무기형' 사후조치로 역부족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신림역 '조선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경기 서현역 인근에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할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4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비상상황으로 무고한 시민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행위'"라며 "흉기난동과 모방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는 피의자와 피해자 관계에 아무런 상관관계나 이유가 없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살인 등 범죄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에서 널리 쓰인 용어 '묻지마 범죄'를 경찰청은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라고 이름 붙였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조선 흉기난동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국적으로 주요 지하철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조선 사건 이후 4일 기준 서울경찰청이 접수한 살인예고 글은 21건이다.

조선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지난 3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조선이 20~30대 남성을 특정해 범행을 저질렀지만, 서현역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피해가 발생했다. 4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흉기를 소지한 20대가 체포됐다.

구체적인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살인예고 글이나 서현역 사건을 수법상 모방범죄로 본다. 조선 사건으로 잠재된 감정이 표출돼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다. 살인예고 글 중 일부는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미 갖고 있던 관심이 활성화했다고 볼 수 있다. 신림동 사건 이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갖던 것"이라고 봤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도 "속내를 표출한 것으로 연관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 경찰력이 배치돼 있다. /뉴시스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부는 4일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당정도 비공개 회의를 열어 묻지마 흉기 범죄에 대응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 치안 업무도 순찰 방식이 아닌 '거점 배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묻지마 범죄를 처벌 강화만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사후 조치로 너무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예방을 위한 시간과 인력, 예산 등 투입이 부담스러우니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라고 봤다.

김 교수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이 성격장애자를 치료·관리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경찰이 신속 출동해 피해 확산을 막을 수는 있지만 예방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법무부가 예방 제도 마련에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묻지마 범죄 피의자는 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선 역시 전과 3범에 14차례 법원 소년부 송치 전력이 있다. 김 교수는 "치료 차원으로 법무부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살인예고 글에 '살인예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협박 혐의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살인예비죄는 10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다. 경찰은 협박과 특수협박, 살인예비 등 적용을 모두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흉기 사진을 올린 것은 살인예비로 당분간 징역형 수준 엄벌을 해야 한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사법제도가 위화력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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