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사업가들에게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구속을 면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뇌물 공여자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인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과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도 낮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자체적으로 파악해 수사에 나선 '1호 인지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기각까지 포함하면 공수처 출범 이후 청구한 구속영장은 현재까지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이번 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경무관은 지난해 6월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면서 대우산업개발 측에서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3억 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이 지난해 4월 회계 부정 의혹으로 경찰 압수수색을 당하자 이모 회장이 압박을 느끼고 김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고 본다.
김 경무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수사 무마 대가로 뇌물은 받은 게 맞는가', '대우산업개발에서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적 있는가', '혐의 소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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