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수돗물 음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9일 환경부 '2021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수기를 설치해서 먹는다' 응답이 49.4%로 가장 많았다.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가 36%, '먹는 샘물(생수)을 구매해서'가 32.9%로 뒤를 이었다. 161개 지자체 7만2460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는 수돗물 직접 음용 여부와 이용 방법 등에 관련된 첫 국가통계다. 이에 앞서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필요시 조사를 벌였으나 대상과 내용이 제한적이었다. 국민 5% 정도만 물을 마실 때 수돗물을 이용한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앞서 발생했던 여러 사고가 수돗물을 꺼리는 요인이다. 지난 2019년 5월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 남동구 수산정수장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진 이른바 '인천 적수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고 있다. 2020년 인천과 제주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인체에 직접 피해를 준 사례는 없지만 시각적으로 혐오감을 줘 논란이 일었다.
일부 사건·사고로 인식이 좋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우리 수돗물에 평가는 좋은 편이다.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를 보면 한국 수돗물은 세계 8위다. 2013년 세계물맛대회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국민 인식과 외부 평가 사이 괴리가 있는 셈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 2010년 5월 수도법이 개정돼 국가와 지자체, 수도사업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고, 수돗물에 인식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현재 각 지자체는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상수도 종합계획 2050, 아리수 2.0'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6년까지 서울시민 아리수 음용률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7일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 '맛있는 아리수 캠페인'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민간 영역의 수돗물 수질 관리 감시·평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도법에 따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위촉 형태로 꾸려진 수돗물평가위원회(수평위)는 상수도전문가와 환경단체, 언론인 등으로 구성돼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벌여 결과를 알린다.
전문가들은 수돗물 음용률 87%인 네덜란드와 50% 이상인 일본 등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 수돗물 음용률이 저조한 이유로 교육·홍보 부족을 든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물을 마시는 방법으로 수돗물 음용이 적합하다고 본다.
독고석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은 "정수기나 먹는샘물 등 사회적 비용이 수조원대로 확인되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패트병 사용을 줄이며 탄소중립을 실천할 가장 적합한 방법은 수돗물 음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수기에서도 미생물이 생긴다"라며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학교 교과 과정에 수돗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교육하고 홍보한다. 우리나라가 수돗물 홍보 영역에 부족한 점이 있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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