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번복에 변호인 해임 논란까지…대북송금 재판 '시계제로'


이화영 진술 달라지자 배우자 변호인 해임
한동훈·검찰 "사법방해·스토킹" 강력 반발
"대북송금 실체적 진실은 이화영이 알 것"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0차 공판에서 쌍방울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며 기존 입장 일부를 번복했다./사진=경기도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요동치고 있다. 진술 번복과 변호인 해임 논란까지 잇달아 벌어지면서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0차 공판에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날 "쌍방울에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며 기존 입장 일부를 번복했다.

그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경기도의 대북사업과 무관한 '독자적 행보'라는 입장이었다. 쌍방울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대납에 관여한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씨는 같은 날 '검찰 조사로 남편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했다. A씨는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은 군사독재시대의 전기고문만큼 무섭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최근까지 배우자와 가족 등과 50회 이상 면회를 했고, 변호인 접견도 180여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사흘 뒤인 지난 21일 자필 옥중 편지를 통해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비용 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재명 지사에게도 보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 측 인사와 김 전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관련 논의는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2차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동석한 김성태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얘기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는 24일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인들의 태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변호인인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수원=이새롬 기자

'폭탄'은 사흘 뒤인 24일 터졌다. A씨는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인들의 태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다음 날 41차 공판에서 "변호인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립했다. 이날 공판에는 해광이 '의뢰인의 선임 여부 의사 불분명'의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A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정신을 차려라"며 "변호인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론을 하고 있으니 해임 신고를 했고,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이 불출석하고, 재판마저 진행되지 않는 등 전혀 경험할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맞불을 놓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불리해진 판세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화영 페이스북 갈무리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를 떠나 이 전 부지사의 심경 변화는 뚜렷해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대장동 재판을 좌지우지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변심'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최근 진술을 번복했고, 김성태 전 회장도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는 등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해진) 판세를 수습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회유를 의심하는 민주당을 향해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변호인 해임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해임 권리는 전적으로 피고인 이 전 부지사의 몫이다. 재판 초기부터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 가장 지근거리에서 논의한 해광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당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이 전 부지사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 재판의 당사자는 배우자가 아닌 이 전 부지사다. 실체적 진실도 이 전 부지사가 알 것"이라며 "당사자가 검찰 회유를 인정하지 않는 한 배우자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진술 변화에 석연치 않은 대목은 없는지,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올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검찰과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전 부지사는 아직 핵심 혐의인 스마트팜, 방북 비용 요청과 이재명 지사에 대한 보고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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