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고 살아있는 것 같아요."
서울 은평구(구청장 김미경) 치매안심센터에 자리한 조금 느린 카페 '반갑다방'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은평구는 이달 3일부터 경증 치매 어르신이 활동하는 카페를 운영 중이다. 교육을 받아 음료 주문부터 제조, 서빙 등까지 능숙하다.
월~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모든 음료는 무료다.
이날의 바리스타는 2012년 치매 판정을 받은 김운자(74) 씨. 방명록에 이름과 나이를 적고 메뉴판에서 음료를 고르면 주문이 끝난다.
일반 카페와 다른 특별한 이용 수칙도 있다. 음료가 늦게 나오거나 주문한 메뉴와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양해해야 한다.
카페 이용자 대부분은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이다.
직접 율무차를 주문해보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왔다. 김 씨는 "지금은 좀 한가한 시간이라 괜찮다. 만들기 간단하다"며 웃었다.
주문 실수를 하면 밤에 잠을 못 자서 며칠 진정제를 먹었다는 김씨. 이제는 적응한 지 오래다.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그였지만 판정 초기에는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그는 "치매 진단을 받고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울고 청소도 안 했다. 어느날 친구가 집에 와서 '원래 깔끔했던 사람 집안에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많냐'고 말할 정도였다"며 "집을 치웠는지 밥을 먹었는지 조차도 모르고 한동안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치매센터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자 봉사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는 "잠시라도 집에 있으면 마음도 몸도 아프고,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다"며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카페 봉사활동은 치매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메뉴를 잊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진땀이 난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손님들에게 칭찬을 받을 때다.
김 씨는 "솔직히 아기가 된 것 같다"며 "집에 있을 땐 서글픈데 나오면 다 잊어버리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분 좋다"며 수줍어했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시범운영을 거쳐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운영모습을 본 많은 치매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을 하고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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