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변호인 해임 문제로 파행을 겪었다.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해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배우자는 "정신차려라"며 반박했다. 검찰은 "재판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1차 공판에서 "변호인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인 법무법인 해광은 전날 배우자가 해임신고서를 제출해 '의뢰인의 선임 여부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는 "제가 수감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몰랐는데, 우리 집사람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현재 법원에 제출된 신고서는 제 의견이 아니다. (배우자가) 제 의사와 상의되지 않은 의사를 표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방청석에 있던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가 직접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며 "변호인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론을 하고 있으니 해임 신고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변호인 해임은 공식적으로 선임권자만 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화영)이 직접 선임신고서를 작성했고, 피고인 본인이 해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변호인들은 변호인 지위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에 A는 자신이 변호사와 계약해 선임했다며 "그렇다면 (변호인이) 가족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호한 데 대해 별도로 민사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저 사람(이화영)은 너무나도 변호사에게 놀아났다고 할 정도로, 지금 (구치소) 안에 있으니 너무 모르는 것 같고,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당신이 그런 판단을 하면 가족으로서 할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할 것이다. 당신이 혼자 알아서 재판 치르고 어떤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언급했다. A씨는 "이게 이재명 재판인가, 이화영 재판인가"라며 "언제부턴가 김성태 회장이 (증인으로) 나오고 나서 이 재판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검찰은 오후 속행된 재판에도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인 해광이 출석하지 않자 "다른 재판을 많이 해봤지만 전혀 경험할 수 없던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기록이 외부에 유출되거나 법정 증인 신문 녹취록이 SNS에 공개되고, 변호인이 갑자기 불출석하고, 피고인은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재판마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헌법상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재판장께서 절차에 각별하게 신경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소송 절차상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선 재판 진행이 어렵다"며 "변호인 입장에서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고, 사건 당사자는 가족이 아닌 피고인(이화영)이기 때문에 피고인 본인이 (변호인 선임과 관련해) 변호인에게 입장을 정리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이 변호인 선임이 늦어질 경우 재판이 공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자 재판부는 "국선변호인 선임을 고려하는 등 절차 진행에 무리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내달 8일 열린다. 이날 공판에는 김성태 전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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