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공범이 피해자를 납치한 후 "영화처럼 땅에 매장해 협박하려고 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4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등 7명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강도예비 혐의를 받는 공범 이모(24)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황대한이 운영하는 배달업체에서 연지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던 이씨는 황대한에게 피해자를 납치해 코인을 빼앗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황대한이 처음에 '운전만 하면 된다'고 해서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며 "범행 대가로 돈을 주고 차를 한 대 사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범행일 약 두 달 전인 1월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모텔에서 황대한과 연지호와 함께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모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날 (피해자를) 어떻게 납치할 것인가 방법이나 역할을 서로 의논했다"며 A4용지에 자필로 당시 숙소의 모습 등을 그림으로 직접 그려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구체적 범행 계획을 묻자 "차를 타고 피해자를 미행하다 뒤에서 피해자의 차량과 충돌한 뒤 납치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며 "황대한과 연지호가 피해자를 맡고, 저는 차를 뒤에서 박는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범행을 위해 두어 달간 피해자를 미행하던 중 "3월 18일경 일방적으로 잠수를 타서 범행을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연지호가 범행 직전에도 전화를 했지만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범행에) 응하지 않았다"며 범행이 이뤄진 것도 "뉴스로 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와 연지호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피해자를 살인할 의도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검찰이 "통화 중 증인이 연지호에게 '살인이란 증거 없잖아'라며 살인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는데, 평소에 피해자 살해 얘기를 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이씨는 "말이 헛나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살인 모의에 대해 거짓 진술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검찰은 이어 범행 직전인 3월26일 이씨와 연지호의 통화 녹취를 재생하며 "연지호가 증인에게 '대전에 땅을 파러 가있겠다'고 한 의미가 무엇이냐, 피해자를 암매장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영화처럼 (피해자를) 땅에 매장해서 협박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묻은 다음엔 꺼내줄 계획이었나, 어디까지 묻으려고 했냐"고 되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9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택가에서 피해자 A씨를 차로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한 뒤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 이씨는 A씨를 미행하고 감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10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연지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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