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실시 중인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이 고양이 번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부 주도로 사업이 시행된 건 2018년부터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둘러싼 두 가지 주장을 살펴봤다.
[검증대상]
1. 서울시, 개체수 감소를 위한 중성화율 달성했나?
2. 서울 길고양이 개체수는 실제로 줄어들었나?
[검증방법]
농림축산식품부 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시요령,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현황 자료, 대한수의사회·서울시 동물보호과·농림축산식품부·동물단체 인터뷰
[검증내용]
◆ 서울시, 개체수 감소 위한 중성화율 달성했나? 일부 YES
길고양이는 일정 구역에서 군집을 이뤄 생활한다. 군집별로 70% 이상 중성화되고 매년 약 15% 추가로 중성화가 이뤄져야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는 2008년부터 16년째 중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6년 이후로는 매년 평균 1만 마리를 중성화했다.
전수조사가 어려운 실정 상 모든 군집별 중성화율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표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정책효과가 상당 부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으로 샘플지역 10곳을 선정해 중성화율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곳이 7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세 수치는 △A지역 48.5% △B지역 38.9% △C지역 83.3% △D지역 42.9% △E지역 66.7% △F지역 33.3% △G지역 97.1% △H지역 6.9% △I지역 45.2% △J지역 22.2% 등으로 편차가 크다.
다만 전체 중성화율이 크게 증가하고, 자묘(1살 미만 새끼고양이) 비율도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중성화 사업 효과를 엿볼 수 있는 통계다.
서울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2015년 10.5%에서 2017년 26%로 올랐고, 2019년 22.7%를 나타낸 뒤 2021년 49%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자묘 비율은 2015년 40.1%에서 2017년 33.6%, 2019년 30.8%로 꾸준히 줄어들다 2021년에는 13.7%로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모든 군집별로 정확한 중성화율을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전역을 조사할 순 없어 샘플 지역을 잡아서 그 지역의 길고양이 밀도, 중성화율, 자묘비율 등을 확인하고, 서울 전체로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학 전문가 A씨는 "길고양이 평균 수명이 3년이고, (군집별 중성화율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전체 중성화율이 군집별 중성화율과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성화 사업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효과가 있다"며 "다만 해외 자료들을 봤을 때 전체 개체수가 감소하려면 사업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서울 길고양이 개체수는 실제로 줄어들었나? YES
시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길고양이 개체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15년 20만3615마리였는데 2017년 13만8605마리, 2019년 11만6019마리, 2021년 9만880마리로 조사돼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이는 시 주도 사업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길고양이를 중성화하고 돌보는 시민과 동물보호단체의 활동 효과도 반영된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일지역의 반복조사를 통해 개체수 감소 경향을 확인했다"며 "중성화를 함으로써 자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체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는 29억8400만 원을 들여 길고양이 1만4920마리를 중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약 7000마리를 중성화해 목표치 대비 절반 가량을 달성했다.
다만 중성화 대상을 고르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번식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시요령에 따르면 몸무게가 2㎏ 미만이거나 임신·수유 중인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장마철·혹서기·혹산기에는 안전을 위한 사항들을 고려해 포획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고려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이다. 현재 대한수의사회에서 TF를 구성해 중성화수술 가이드라인 초안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후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가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예컨대 몸무게가 1.99㎏면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일률적 기준보다는 수의사들이 어느정도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일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바뀌는 사안이 있으면 사업지침을 수정 반영하는 등 연말에는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 효과적인 방법은? 구매 대신 입양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성화 사업과 함께 유기묘를 줄이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길고양이의 조상은 집고양이"라며 "고양이가 버려지면 그 중 3분의 2는 목숨을 잃고 나머지는 길에서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길고양이들이 자손을 낳아 형성된 게 지금의 길고양이 개체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길고양이의 새끼들을 구조해 입양보내려고 노력하는 많은 구조자들이 있다"며 "펫숍에서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검증결과]
'서울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효성 없다' 검증 결과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성화율이 크게 늘고 1살 이하 새끼 고양이 수는 줄고 있다. 2015년 20만 마리가 넘던 길고양이수는 2020년대 들어 10만 마리 이하로 감소했다.
다만 중성화 사업이 길고양이 번식속도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중성화 대상 기준이 완화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