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이렇게 시위하면 누가 좋게 보겠어요."
지난 2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버스탑승 시위를 바라보던 50대 여성 이모 씨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는 "국회나 대통령실 앞에 가서 해야 정치하는 사람들이 보고 뭘 바꾸든 하는 거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한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느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장연의 버스탑승 시위. 시민들 시선은 무더운 날씨와는 달리 차가웠다.
◆"계단버스는 차별버스" 전장연이 시위하는 이유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앞으로 매일 서울 전역에서 버스탑승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중앙차로의 횡단보도에서 기습 시위를 벌여 현행범 체포됐다가 석방된 지 이틀만이었다.
박 대표는 "버스 앞을 막고 운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탈 권리가 있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계단 버스에 우리를 태워줄 것을 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계단 버스를 '차별 버스'라고 부른다. 저상버스는 차체가 낮고, 리프트가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무리 없이 탈 수 있지만 계단 버스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전장연 회원들은 버스정류장에서 계단 버스를 붙잡고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버스문이 열리면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계단을 올라갔다.
종로구 혜화동로터리에서 시작된 버스탑승 시위는 광화문, 종로1가 등 서울 각지에서 수시로 진행됐다.
◆"지하철이랑은 달라" 차량정체 및 정류장 포화
전장연의 의도와 달리 이들의 시위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은 시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채현(24) 씨는 "지하철과 다르게 버스는 뒤에 있는 차들까지 막혀서 불편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버스탑승 시위는 버스중앙차로 정류장에서 진행된다. 일반 차량 통행엔 영향이 없지만, 버스는 교통 정체를 피할 수 없다.
전장연 회원들과 제지하려는 경찰들로 정류장이 북적이는 문제도 있다. 버스중앙차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은 통상 공간이 좁고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인파가 넘쳐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도로로 이동해야 한다.
이소현(25) 씨는 "안 그래도 더운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더 더운 것 같다"며 "그냥 지하철을 타는 게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박모(56) 씨는 "시위를 해도 불편함은 줄여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날도 더워서 우리같은 일반 사람들은 그냥 짜증만 난다"고 밝혔다.
◆"10분 지체는 감수할 수 있어" 지지 시민도
전장연의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다.
양인성(28) 씨는 "차량이 정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이 이해는 간다"면서도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저상버스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들로서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러겠나"라고 되물었다.
버스탑승 시위로 야기되는 차량정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최민지(25) 씨는 "그분들이 실제로 탑승시위한다고 버스 운행에 차질이 생긴 건 10분 내외라고 들었다"며 "10분이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라면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버스탑승 시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전장연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종로경찰서, 혜화경찰서, 동작경찰서 등에 전장연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버스회사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장연은 "아무리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탄압하더라도 우리가 22년간 외치고 있는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장연은 서울시가 본격 대화에 나선다면 탑승시위는 멈추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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