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법원이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의 진위를 가르는 소송의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판단한 검찰 수사에 위법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부장판사는 21일 천 화백의 딸 김정희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천 화백은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알려진 자신의 작품 미인도를 두고 "재료와 채색기법 등이 내 작품과 다르다"고 위작 논란을 제기했다. 당시 미술관 측은 "감정 결과 진품"이라며 천 화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미인도 위작 논란은 계속됐다.
2015년 천 화백의 별세 이후 유족 측은 첨단 기법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감정보고서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천 화백의 진품 13점을 감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DNA 분석을 통해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천 화백의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인 정모 씨와 미술관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마저도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유족들은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감정위원을 만나 진품으로 입장을 바꾸도록 회유하고 감정에 편향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고지했다"며 "급기야 2016년 12월 19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2019년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3년만에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 선고 직후 김 씨 측 대리인 이호영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법원이 검찰의 불법행위 중 어떤 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았는지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하고 유족과 상의해 향후 항소 여부 및 수사기록전체에 대해 별도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등을 신속히 결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재판부가 저의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는 자식으로서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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