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합동수사에 국정원 참여' 시행령...찜찜한 경찰


'국정원장이 수사기관 등에 직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조항

경찰청은 지난 12일 국정원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 시행령 제정안을 놓고 지난 3일 관계 기관 의견조회에 따른 의견서를 보냈다./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가정보원이 내년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에도 합동수사기구를 통해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했다. 수사 '공백'을 채우겠다는 취지지만, 경찰은 일부 표현을 놓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2일 국정원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규정' 시행령 제정안을 놓고 지난 3일 관계 기관 의견조회에 따른 의견서를 보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 폐지 후속 조치라며 해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제정안에는 합동수사기구 참여 등 각급 수사기관 협력과 유관기관 협의회 설치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그밖에 보안대책 및 결과 처리 통보와 안보범죄 등에 효율적 대응을 위한 교육, 필요할 경우 국정원에 위탁교육을 의뢰하는 내용도 있다.

7조는 원장 소속으로 안보범죄 등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둘 수' 있으며, 위원장은 국정원 대응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장이 맡는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협의회가 의무적으로 운영되는 내용이 아니며, 무엇보다 국정원 자체 업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합동수사기구 관련 일부 표현이다. 당초 국정원과 검찰·경찰의 합동수사기구는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국정원은 지난 2월 "올해 12월31일까지 '대공 합동수사단'을 상설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법 등을 공유하겠다는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8조는 국정원장이 범죄수사를 하는 수사기관 또는 '합동수사기구'에 국정원 직원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수단을 상설화나 근거 규정처럼 표현된 내용은 아니지만,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간첩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관계 기관 의견조회를 통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이 합동수사기구를 요청해 경찰이 최종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참여하게 할 수 있다'는 표현 자체가 오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정보기관과 협력이나 정보원 활용 분야에서 경찰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찰과 국정원의 협력은 필수다. 하지만 국정원이 수사 '지원'을 넘어설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의견이다.

실제 수사 주체가 국정원이 될 경우 향후 유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개정법상 국정원 직원은 수사할 수 없기에 피의자를 검거하거나 증거가 수집해도 기소 이후 유죄 판단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수사 자체를 흔들 위험이 있는 셈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됐으면 필요시 운영되는 합동수사기구 주체는 경찰이므로 경찰이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현 조항은 개정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연대체 국정원감시네트워크 장동엽 참여연대 간사는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시행령 통치' 일환으로 보인다"며 "합동수사기구라는 명목으로 국정원이 수사하는 것은 개정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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