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검찰의 수사·기소를 "참으로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원심의 논리가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 연구위원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고검장은 재판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김학의 사건은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며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는 검찰의 존재 자체를 형용모순으로 만들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작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은 장막 뒤에 숨어 수사를 피하고 반성은커녕 출국금지 사건을 일으켜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저를 김학의와 뒤섞어 놓았다. 참으로 저열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본질은 결코 변할 수 없고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도 명백히 입증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기록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인 허위공문서작성 등을 수사하기 위해 대검찰청 감찰부에 보고하고 수사를 계속 진행하려고 한 점이 인정된다. 이후 수사중단 지시에 따라 추가로 진행하지 못한 점 또한 인정된다"며 "사건 관계자들도 대검 반부패강력부로부터 수사 중단 지시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보고서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하지만 원심은 별다른 근거 없이 안양지청 관계자들의 증언 신빙성을 배척하고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안양지청이 보고한 서류와 체계에 문제가 많았다는 원심의 지적에 대해서는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일선청의 상급부로 (보고서를) 보고서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일선청을 상대로 명확히 확인하고 관련 지침에 따라 보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고 상세히 설명해줘야 한다"며 "하지만 대검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는 법정에서 증언할 때에도 안양지청에서 알아서 하라고 간단히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 내용은 검찰 지휘 체계로 볼 때 비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없고 정상적으로 지휘하지 못했다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안양지청에서 적극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했지만 이 사건은 명백한 수사지시 중단에 해당한다"며 "이의 제기 절차가 있었어도 안 했다는 지적은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했다.
이 전 고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출금과 관련해 이규원 당시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 대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로 2021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고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 의지가 담긴 보고서를 보고도 수사 진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 것을 보면 피고인이 안양지청에 위법한 압력을 행사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긴 한다"라면서도 "안양지청에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건 피고인 외에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의 전화, 대검과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가 중단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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