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바쁜 사람…이웃 침수피해 막는 '동행파트너'


구로구 동행파트너 이삼희 씨 인터뷰
"주민 칭찬에 뿌듯, 비 피해 없었으면"

이웃 주민이 반지하 거주 재해약자의 신속 대피를 돕는 동행파트너 활동 모습. /서울시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올해는 비 피해가 없으면 좋겠어요."

서울 구로구 동행파트너로 활동 중인 이삼희(67) 씨는 "아무 것도 아니다. 다들 하는 일"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동행파트너는 침수예보 발령 시 이웃 주민이 반지하 거주 재해약자의 신속한 대피를 돕는 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피해를 반면교사로 올해 침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10년째 개포2동 통장을 맡고 있는 이 씨는 이웃 어르신들에게 죽을 배달하기도 하는 등 동네에 애정이 남다르다. 동행파트너로 선정된 뒤에는 비가 많이 오면 반지하에 사는 대상자와 직접 면담해 침수 여부를 물어본다. 집 주위를 돌아보고 계단 밑, 집 안까지 확인한다.

동행파트너를 신청한 계기를 묻자 "어르신이 잘 계시는지 보려고 신청했다"며 "장마 때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오면 가서 확인하고 전화·문자를 드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집 앞 지하 1층에 (대상자가) 계셔서 어제도 가봤다"며 "바로 앞 집이라 종종 들여다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이 반지하 거주 재해약자의 신속 대피를 돕는 동행파트너 활동 모습. /서울시

맨홀 뚜껑이 덮인 곳은 열어놓는 등 하수도 관리도 한다. '극한호우'가 쏟아진 11일에는 지하 하수도 구멍이 없거나 좁을 경우 담당자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침수위험지역 주민들에게는 민원센터에 빗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가 있으니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근처 대피소도 알려준다.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이 씨는 더욱 바빠졌다.

그는 "오늘도 들여다봤는데 하수도 덮개가 다 열려 있었다. 물막이판도 다 비치됐다"며 "동네가 저지대라 특히 신경을 쓴다. 지난해에는 지하에 비가 차서 동사무소에서도 엄청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도 피해 예방을 위한 활동은 이어진다. 매월 마지막 셋째 주 수요일에는 동장 지휘 아래 조를 짜서 동네를 청소한다. 미리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남자들은 곡괭이로 담배꽁초를 들어내고 여자들은 빗자루로 쓸어낸다"는 설명이다.

동행파트너는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수방대책을 담아 시가 발표한 '더 촘촘한 수해안전망 추진전략'의 하나다. 지역 사정에 밝은 통·반장, 대상 가구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거나 도보 5분 이내 인접 거리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 돌봄공무원 총 5명 내외로 구성한다.

시는 수도권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던 11일 오후 3시 17분쯤 서울 동남·서남권 11개 자치구에 침수예보를 발령했다. 이후 해당 지역 재해약자 578가구에 동행파트너 812명을 출동시켜 침수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신속한 대피를 도왔다.

이 씨는 "마을 청소를 하면 '통장님이 계셔서 동네가 깨끗하다'고 한다"며 "주민들이 칭찬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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