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뜨거운 태양은 너를 향한 스포트라이트'
'겨울이 온 세상에 말했다, 홀로 추운 삶은 없다고'
서울도서관 대형 글판에 게시하는 '서울꿈새김판' 문안들이다. 100% 시민들이 창작한 문구가 시민들에게 때로는 응원을, 때로는 위로를 전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꿈새김판은 시민에게 위로를 전하고 시민들이 삶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나누기 위해 2013년 6월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에 설치한 대형 글판이다.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시민창작문안 공모를 통해 봄·여름·가을·겨울에 선보이는 계절편과, 3·1절, 광복절 등에 맞춰 기획·게시되는 국경일·기념일편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공모 주제에 맞게 문구를 작성해서 공모에 응모할 수 있다. 응모된 문구들은 꿈새김판 문안선정위원회가 독창성(30%), 감동성(공감)(30%), 상징성(20%), 진정성(20%)의 심사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매번 평균 800~1000건의 응모작이 접수된다.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하고 산뜻한 글귀'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공모전에는 시민들의 창작문안 총 763편이 접수됐다. 그중 박찬솔 씨 외 5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문구들을 살펴보면 계절감을 살리면서도 자존감을 북돋고 위로를 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최근인 6일 게시된 2023년 여름편 문구는 '뜨거운 태양은 너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다.
당선작 수상자인 박찬솔 씨는 "근무하는 재단 이사님이 '선생님이 주인'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주인공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떠올렸다"며 "여름의 태양빛이 뜨겁게 내린다 해도, 그것은 나를 찬란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라고 전하고 싶었다. 또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은 주인공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해 겨울편 당선 문구인 '겨울이 온 세상에 말했다, 홀로 추운 삶은 없다고'를 작성한 백현주 씨는 "그 어떤 말보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추운 겨울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이지만 우리 삶의 외로움은 결코 혼자 견뎌내야 할 것이 아니다. 올해 겨울은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함께 따뜻해지는 시간을 갖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에 흘려보내기 쉬운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문구도 있다. 지난해 가을편 선정된 문구는 '가을이 제일 좋다면서요, 지금이 가을이에요'다. 당선작 수상자 정동훈 씨는 "어느 계절이 좋냐고들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 좋다고들 하지만 짧아서 놓치고 바빠서 놓치고는 한다. 지금이 바로 가을이라는 문장 위로 고개를 올려 가을하늘 한번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꿈새김판과 비슷한 형식으로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는 인근 교보문고 광화문 글판이 있다. 다만 광화문 글판은 주로 문인들의 문구로 장식된다는 차이가 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고은, 낯선 곳)'처럼 시심 넘치는 문구가 게시되는 광화문 글판과 달리 꿈새긴판은 일상의 언어로 가볍게 다가간다. 지난해 여름 선정작인 '근심걱정은 수박씨 뱉어내듯 툭툭'이 일례다.
당선작 수상자 최정희 씨는 "무더운 한여름 수박을 한 입 베어 물면 갈증이 해소되듯 마음 속 갈증이 해소되었으면 했고, 수박씨를 뱉듯 근심과 걱정은 모두 시원하게 뱉어내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활기찬 나날을 보냈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세태를 반영한 문구도 선정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시국을 반영한 문구들이 선정됐다. 여름편 문구로는 '냇가의 돌들은 서로 거리를 두었음에도 이어져 징검다리가 된다'는 문구가, 겨울편에는 '코와 입을 가려도 따스한 눈웃음은 가려지지 않아요'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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