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강도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 복역 중 교도소 동료를 때려 숨지게 해 사형을 선고받은 20대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오전 살인, 특수강제추행, 특수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폭행 혐의를 받는 이모(28)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범인 A(29), B(21) 씨에 대한 상고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4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 씨 사형 판결을 놓고 "사형의 선택기준이나 다른 유사 사건과의 일반적 양형의 균형상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으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씨에 대한 사형 선고는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교도소는 폐쇄적이고 좁은 장소로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다른 수용자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곳으로서 교도소의 특성이 수용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 사건 당시 교정기관이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수용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피해자를 장기간 폭행해 숨지게 한 범행 방법을 놓고 흉기를 사용해 확정적 고의로 살해하는 것보다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확정적 고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목적과 미필적 고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살인 범행에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가 한 사람에 그쳤다는 점도 이 씨에게 유리하게 판단했다.
특히 이 씨가 이미 중한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집행 중에 무기징역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일반예방 측면에서 의미 없는 처벌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2심의 판단에 대해 "무기징역 집행 중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형이 무의미하다고 볼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20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공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이 씨는 A씨, B씨와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의 같은 방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자신이 정한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놀이를 빙자해 피해자를 수십 차례 폭행했다. 피해자가 복용 중인 심장병 약을 20여 일간 먹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살인 혐의, A씨와 B씨는 살인 방조 혐의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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